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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권력욕과 권력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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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권력욕과 권력감정

입력
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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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문학권력 논쟁’이 벌어졌을 때 ‘문학권력’이란 개념 자체에 반감을 표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과 비교할 때 ‘문학권력’은 매우 왜소하니 반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권력 행사의 상대성이라는 관점에선 달리 볼 수 있다. 문인들이나 문인 지망생들에겐 문단의 유력자나 유력 집단이 대통령이나 정부보다 훨씬 더 큰 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 개념을 넓게 보자는 건 가장 강력한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소홀히 하자는 뜻이 아니다. 일상적 삶에 녹아 있는 보통 사람들의 권력의지를 외면할 경우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어려워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오빠' 위해 '남의 오빠' 비난

어떤 연예인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오빠부대’ 소녀들에게서 ‘권력’이란 개념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 오빠 이외의 다른 오빠를 섬기지 않는다”는 신조를 넘어서 ‘우리 오빠’를 위해 ‘남의 오빠’를 비난하거나 ‘우리 오빠’를 비난하는 모든 사람을 적대세력으로 돌린다면, 이건 ‘권력투쟁’이 된다.

그 경우의 권력은 권력욕이라기보다는 권력감정이다. 막스 베버는 권력감정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의식, 사람들을 지배하는 권력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식,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신경의 줄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는 감정”이라고 정의하면서, 형식상으로는 보잘것없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도 일상생활을 초극(超克)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권력감정에서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선 권력욕은 제도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탐욕인 반면, 권력감정은 모든 종류의 권력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향유ㆍ참여의식으로 정의하기로 하자.

권력욕은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권력감정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사회의 ‘정치 과잉’이 바로 그런 풍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권력감정은 이타적 행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권력감정에 도취한 사람이 자기희생을 면죄부 삼아 끊임없이 비생산적인 갈등과 분란을 일으킨다고 생각해보라. 아무리 뜻이 좋다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정치인들 중에서도 권력욕보다는 권력감정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낮은 곳에서 권력감정에 빠져든 사람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다. 이들의 언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수록 열광적 지지자들은 이들을 더욱 사랑한다.

자기 이익이나 챙기면서 좋은 소리 들어가며 편안하게 살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정반대로 욕을 먹는 언행을 자초하는 데엔 분명히 국민을 위한 그 어떤 숭고한 비전과 진실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독되면 권력욕 못지않게 위험

여기서 중요한 건 ‘이익’의 정의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권력욕과 재물욕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들은 이익을 탐하지 않는 자기희생적인 사람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속물적인 권력욕과 재물욕은 없어도 자신의 뜻을 다른 사람들에게 관철하고 자신의 꿈대로 세상을 뒤흔드는 데에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기도 한다. 삶의 의미와 보람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이들은 누구 못지않게 자기 이익에 투철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열광적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나를 위해 이러는 게 아니다”라는 걸 자신의 언행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삼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선과 독주로 일관하면서 포용과 타협을 적대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뜻과 꿈은 사회적 검증의 대상이 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좌절될 경우 남들 또는 세상 탓으로 돌려질 것이다.

자기희생과 순수성의 함정을 경계하면서 권력감정을 권력욕 못지않게 자기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감정 중독은 권력욕 못지않게 위험하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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