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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축구와 샹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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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축구와 샹송

입력
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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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이 나라가 옛 식민지 등에서 흘러온 이민을 널리 수용한 사회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이래 지금껏 세계 정상권에 있는 대표팀은 서구 어느 나라보다 피부색이 다양하다. 특히 팀의 주축인 스타 선수는 대부분 유색인이다.

아트 사커의 지휘자 지단이 알제리 이민 후손이고, 앙리와 드사이는 아프리카, 트레제게는 아르헨티나, 튀랑은 카리브, 카랑뵈는 뉴칼레도니아, 조르카에프는 아르메니아 계다. 트레제게는 아버지가 프로축구 선수로 유복했지만, 대개 빈민가 뒷골목에서 공 차는 재능을 키웠다.

■프랑스 축구가 오늘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은 1950년 대 북부 광산지역 노동자로 대거 받아들인 이민자들에게 그라운드를 개방한 것이 바탕이다. 이를 계기로 축구는 밑바닥 계층의 이민후손들이 높고 두터운 사회적 장벽을 넘어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

제국주의 식민정책의 유일한 유산이 축구라고 비웃거나 자조하는 이도 있지만, 대표팀 감독 에메 자케는 이를 “축구는 피부색과 전혀 관계없는 본능적 경기”라는 말로 설명했다.

■축구에 앞서 이민계층에 극적 신분상승의 길을 연 것은 샹송이다. 아르메니아 난민출신인 샤를 아즈나부르는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의 눈에 띄어 최고의 샹송 가수 겸 작곡가, 배우로 입신했다.

이탈리아 이민후손으로 부두 노동자였던 이브 몽탕도 샹송을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됐다. 역시 이탈리아 계인 달리다와 아다모, 이집트 계인 조르쥬 무스타키, 서인도제도 출신의 앙리 살바토르, 마다가스카르 이민후손 앙투안이 뒤를 이었다. 이들 축구와 샹송 스타들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공화주의적 평등과 통합을 상징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축구와 샹송이 대중의 본능적 흥미를 충족시키는 분야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피부색에 따라 평등과 통합의 깊이가 다른 것도 엿보인다. 샤를 아즈나부르나 이브 몽탕이 그렇듯이 왕년의 축구 영웅 미셸 플라티니가 이탈리아 계라는 사실은 부각되지 않는 반면, 지단이나 앙리에게는 출신성분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최근 프랑스를 휩쓴 소요사태도 대중 스타들의 화려한 성공에 가려진 유색인 이민사회의 빈곤과 실업 등 사회적 소외와 차별이 근본 원인이다. 프랑스 사회가 스스로 위선을 깨야 해법이 보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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