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낸 석유 메이저 최고경영자(CEO)들이 9일 미 상원 청문회에 줄줄이 소환된다. 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소환 대상은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 셰브론 등 미국계는 물론 BP, 로열더치셸 등 미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까지 포함됐다. 이들은 에너지위원회와 상업위원회의 공동 청문회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변호해야 하는 입장이다.
청문회가 열린 이유는 미국 내 여론 악화 때문이다. 최근 고유가로 미국인들의 난방비 및 자동차 연료비 지출은 크게 상승했다. 이 와중에 석유 메이저들이 부당한 가격인상으로 폭리를 취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세계1위의 석유 업체인 엑손모빌의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보다 74%나 급증한 99억 달러에 달했다. 3개월 동안 순익이 삼성전자 1년 순익과 맞먹는 셈이다. 같은 기간 코노코필립스와 로열더치셸의 순익도 각각 89%, 68% 증가하는 등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AP 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정부가 석유값 인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66%에 달했다. 이에 공화당과 민주당은 석유 메이저들이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척 글래시 상원 재정위원장(공화)은 최근 석유 메이저들이 이익의 10%를 이번 겨울에 저소득층을 위한 난방유 보조프로그램에 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배럴당 40달러를 초과한 가격분에서 발생한 이익의 50%를 초과이익세(windfall tax)로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과이익세는 특정 가격 이상으로 판매된 석유 이익금에 중과세를 매기는 제도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백악관에는 두 석유업자(부시와 체니를 지칭)가 있다”며 공화당의 입장을 불신했다. 석유 메이저는 부시 행정부의 돈줄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석유 메이저들이 낸 정치 기부금의 80%가 공화당으로 간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공화당의 표면적 입장을 2006년 중간선거 여론무마용으로 규정하면서, 결국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석유 메이저들에게 알래스카 야생생물보호구역 내 원유 개발을 허용하는 식의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