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일면서 증권업계는 랠리를 이끌 주도주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반기 증시를 선도해온 금융주는 연말 랠리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주도주로 가장 먼저 거론된다. 그런데 최근 정보기술(IT) 업종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IT 업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은 매우 우호적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 IT기업들의 주가가 전고점에 근접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뚜렷하다.
외국인들은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6거래일 연속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 순매수를 기록했다. 비록 이날 소폭의 매도우위로 돌아섰지만, 기존 추세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글로벌 IT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MSCI 업종별 지수를 보면 IT는 이미 연중 최고가를 회복한 상태다. 모토롤라 노키아 샌디스크 도시바 등 휴대폰과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미연 연구원은 “우리나라와 대만의 IT 제품 출하ㆍ제고 증가율이 8, 9월부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며 “최근 하락한 반도체 D램 가격도 바닥권에 근접했으며 연말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빠른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디지털전자 수출 실적은 2개월 연속 90억 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10월에는 월간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낸드 플래시 메모리시장이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연평균 63%라는 급성장을 지속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1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플래시 메모리 점유율 1위와 3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도 공정기술과 설비투자에서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라 더 큰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의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수준인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은 비교적 낮은 상황이라는 점도 향후 상승 여지를 더 높여주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미국의 전자제품 수요변화를 가장 빨리 측정해주는 지표인 미국 컴퓨터 및 전자제품 소매업종지수가 급반등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전자제품 수요가 연말에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국내 IT수출 증가세와 맞물려 주가상승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는 IT대세론이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이달 들어 외국인의 IT주 매수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최근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세도 주춤한 상태”라며 “대형 IT주들의 ‘레벨업’을 이끌 수 있는 수요기반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IT 업종의 연말강세 현상도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당분간 대형주보다는 중ㆍ소형주 중심의 접근이 유리하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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