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맨 김용씨가 최근 마흔 살 노총각의 총각딱지 떼기 소동을 그린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40살까지 못 해본 남자’가 자신이 1996년 발표한 소설 ‘인간아 한번만’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제2의 오노 사건”이라 규정 짓고 “정부 차원의 대처”까지 촉구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김씨의 주장에 선뜻 고개를 끄떡이지 못한다.
할리우드의 이야기 사냥꾼들이 이미 오래 전에 출간된 한국 소설에까지 손을 뻗었다고 상상키 어려운 데다, 김씨가 내세우는 표절의 근거 역시 명쾌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반응은 대체로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듯 하다. 어쨌든 김씨는 3일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낸데 이어 미국의 영화제작사, 감독, 주연배우를 상대로 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영화 ‘매트릭스3’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워쇼스키 형제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한국 제작사도 법적 대응을 고려치 않아 그저 ‘표절설’ 정도로 끝났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완성품이고 ‘인간아 한번만’은 시나리오 준비 단계였다 하니 여러모로 상황은 다르지만.
아마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첫번째, 김씨의 주장대로 할리우드가 소재 발굴을 위해 전 세계의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도 그의 소설을 발견했을 가능성이고, 두번째는 미국과 한국에서 우연히 같은 아이템을 생각해 냈을 경우다.
‘간 큰 가족’이 한동안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의 표절설에 시달렸지만, 결국 아이템의 우연한 일치로 결론지어진 것이 그랬다. 가장 황당한 상황은 다른 목적을 위해 일부러 표절설을 흘렸을 가능성이다. 표절설을 유포해 홍보에 이용하는 것은 특히 대중음악계에서는 왕왕 있는 일이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물론 첫번째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할리우드를 비롯한 해외시장에 빼앗길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영화가 많은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는 데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외국 영화사와의 제휴가 늘어나면서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 진실에 관계없이 이번 표절설은 바로 그런 위험성을 새삼 환기시켜 주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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