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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미스터 소크라테스' 악질 조폭이 법의 수호신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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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미스터 소크라테스' 악질 조폭이 법의 수호신 변신

입력
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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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혁(김래원)은 뒷골목 양아치들도 혀를 내두르는 나쁜 남자다. 수감 중인 아버지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기는 커녕 거꾸로 손을 벌리고, 지하철 경로석에 드러누워 담배를 피운다. 유교의 오륜 중 부자유친 장유유서 붕우유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악질이다.

‘조직’은 그런 그를 폐교에 가두고 무지막지하게 공부를 시킨다. 제때 기상하지 않으면 조련사 범표(강신일)가 귀를 물어뜯고, 꾀를 부리면 머리만 남긴 채 땅에 묻거나 물고문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혹독한 교육과정을 거친 동혁은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조직의 바람대로 경찰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조직의 말 잘 듣는 개가 되기를 거부하고 동혁은 건들거리면서도 올바른 경찰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를 길러준 조직을 향해 총을 겨눈다.

조직이 경찰 내에 합법적으로 끄나풀을 심어놓는다는 설정은 홍콩 영화 ‘무간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선과 악의 불분명한 경계와 정체성 문제를 다루며 중국 반환이후 홍콩의 자화상을 그려낸 ‘무간도’의 묵직한 주제의식을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단순 무식한 강력계 형사가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며 ‘악법도 법이다’는 신념을 몰아 부친다는 점에서 ‘공공의 적’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이유불문하고 즐기라는 듯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인과관계 밀도는 턱없이 낮지만, 앞뒤 재지않고 우선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하겠다는 연출 의도는 외형상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벼락치기로 암기한 윤리 교과서가 타고난 깡패를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로 변모 시킬 수 있다는 식의 평면적인 인간관은 솔직히 당혹스럽다.

충직한 변호사를 키워내 검사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법의 보호막을 만들어 놓은 조직이 왜 필사적으로 강력계 형사를 양성해야 하는지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저 보고 웃으면 좋지않느냐’는 것이 제작의도라면 딱이 할 말이야 없겠지만.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에나 어울릴 것 같았던 김래원이 ‘꼴통’ 형사 역을 무리없이 해낸 데는 인색하지 않은 점수를 줄만하다. 최진원 감독. 10일 개봉. 18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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