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지금 30대 싱글 여성 주인공의 전성시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드라마의 주변 인물에 머물렀던 이들은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내 이름의 김삼순’의 흥행 성공으로 그 위상이 주인공으로 높아졌다. MBC가 시청률 4%대에 그친 ‘가을 소나기’ 후속작으로 16일부터 방영하는 수목 드라마 ‘영재의 전성시대’(극본 김진숙 연출 이재갑)도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탤런트 김원희가 한물간 내레이터 모델 봉심 역을 맡은 SBS 수목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처럼 철저하게 ‘삼순이’를 벤치마킹 한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
‘영재의 전성시대’는 제목이 암시해 주듯, 조명 디자이너를 꿈꾸는 서른 살 처녀 영재(김민선)의 일과 사랑을 코믹하게 그린다. 영재는 일을 하기 위해 유학을 가자는 애인 찬하(조동혁)와 헤어질 정도로 욕심이 많은 여자.
그러나 별볼일 없는 학벌과 많은 나이, 여성이라는 벽에 가로막힌 그녀는 총무부 생활 8년 만에 지방 대리점 판매사원으로 발령받게 된다.
백마 탄 왕자님과 만나게 되는 점도 삼순이와 엇비슷하다. 삼순이에게 레스토랑 사장인 ‘삼식이’ 진헌이 있었다면 영재에게는 잘 나가는 조명 디자이너로 독립해 새로 차린 회사 사장인 중서(유준상)가 있다. 영재는 스카우트 과정의 착오로 인해서 중서의 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그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이들 사이에 영재의 전 애인인 찬하가 끼어드는 것도 ‘삼순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MBC 이재갑 PD는 “또 노처녀 드라마인 것도, 다른 드라마와 차별성이 크게 없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간 여성들이 꿈꾸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달리 2005년도 대한민국 서른 살 여자들이 느끼는 건 정말 무엇인가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삼순 역의 김선아나 봉심 역의 김원희와 달리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른바 ‘노처녀’ 역을 맡은 김민선은 “나이 드신 분들은 여자는 서른 전에 결혼해야 한다고 믿으시고, 또 여자가 목소리 크면 암암리에 경계하는 게 현실 속에서 여자들의 꿈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일부러 머리 감은 뒤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와요.
그러면 머리가 뻗쳐 보이거든요. 하늘하늘해서 절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여자를 여전히 선호하는 풍토에서 가끔 ‘내가 이렇게 해도 될까’하는 생각도 들죠.”(웃음)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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