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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메가폰 잡는 배우가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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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메가폰 잡는 배우가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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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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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얼굴과 살짝 더듬는 말투로 ‘넘버3’와 여러 TV드라마에서 웃음을 자아냈던 박광정이 ‘가마다 행진곡’(가제)으로 감독 데뷔한다. 1998년과 2001년 크랭크인을 앞두고 접어야 했던 ‘주식회사 대한민국’과 ‘진술’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다.

‘가마다 행진곡’은 일본 극작가 츠카 고헤이(塚公平) 원작으로 안하무인에 소문난 바람둥이 스타가 여배우를 임신시키고, 스타를 따르던 단역배우가 책임을 떠안게 되는 과정을 담고있다.

박광정은 60년대 충무로로 배경을 옮겨 한국적 상황을 덧입히고, TV의 등장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과 당시 시대상도 그릴 예정이다. 시나리오는 현재 거의 완성 단계. 제작사 싸이더스FNH는 캐스팅을 거쳐 내년 여름쯤 촬영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라이방’에서 대책 없는 택시기사, ‘달콤한 인생’에서는 무기 밀매상을 연기하고 ‘파이란’ 등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한 재주꾼 김해곤은 이미 지난달 말에 감독 의자에 앉았다.

98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 우수상을 받았던 자작 시나리오 ‘보고 싶은 얼굴’을 필름에 담고 있다. ‘김 감독’은 어머니 식당 일을 돕던 영운(김승우)이 약혼녀가 있으면서도 룸살롱 아가씨 연아(장진영)에 빠져들면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를 웃음과 눈물로 버무려 만들어낼 생각이다. 내년 1월말 촬영을 마치고 3월 개봉 예정이다.

메가폰을 드는 국내 배우들이 늘고 있다. 배우의 감독 겸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숀 펜, 멜 깁슨, 로베르토 베니니,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조지 클루니 등의 성공에서 보듯 세계영화계에서 드물지 않은 일. 그러나 국내에선 신성일 하명중 등 극소수의 배우출신 감독들이 있었으나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배우들이 한정된 배역에 묶여 채 표출해내지 못했던 제 이야기와 정서를 자신의 스크린에 맘껏 펼쳐보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욕망. 그러나 지금껏 국내 배우들의 감독 겸업이 극히 적었던 것은 충무로의 제작 시스템이 불완전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확립되지 않아 연출부를 거치며 몸으로 배운 리더십 등이 감독의 연출 실력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져 왔던 것이다.

최근의 배우들의 감독 겸업 선언이 부쩍 늘고 있는 것은 크게 개선된 연출 환경에다, 스타 감독들의 잇단 등장으로 감독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충무로의 대표적 무술 감독이자 배우인 정두홍도 아직 작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감독으로 나설 채비이고, 스타 배우인 유지태와 정우성도 차분히 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유지태는 한 때 제작사를 직접 설립 할 생각을 했을 만큼 ‘자기 영화’ 제작에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대학원 졸업 작품인 단편 ‘자전거 소년’으로 2003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올해 부산영화제 와이드 앵글부문에 40분짜리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가 초청되면서 ‘입봉’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뮤직 비디오 4편을 연출한 정우성은 자신의 주연작 ‘비트’를 연상시키는 청춘 멜로 영화로 감독 채비 중이다.

배우들의 감독 변신에 대한 영화계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연극 연출이나 단편 작업, 시나리오 집필 등을 통해 실력을 다져온 이들의 데뷔를 반기고 있다.

곽신애 LJ필름 이사는 “배우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계의 다양한 관점이 반영된 영화가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배우의 감독 겸업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정서적으로 섬세하고 자유분방한 배우에게 연출은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여서, 배우가 감독을 계속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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