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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추억속의 단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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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추억속의 단풍놀이

입력
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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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마지막 단풍놀이가 좋았던가 보다. 여러 사람이 휴일 나들이로 단풍놀이 다녀온 이야기를 한다. 내 고향 단풍은 이미 끝이 났지만, 남쪽은 아직도 노란 은행잎 사이로 푸른 나무가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가을 숲길을 걸으면 황홀하고 아름답다. 어린 날 우리는 일부러 멀리 단풍놀이를 다니지 않았다. 소나무가 울창한 산 말고는 거의 모든 산이 단풍 천지였다. 가장 붉게 물드는 당단풍과 불나무가 많은 산은 정말 누가 불이라도 지른 듯했다. 내가 단풍 속에 자라다 보니 어디 다른 곳에 단풍 구경을 가지 않았다.

바라보는 것으로 즐기는 두 놀이가 있다. 꽃놀이와 단풍놀이다. 꽃놀이 때도 자동차가 밀리고 단풍놀이 때도 자동차가 밀린다. 꽃놀이 때 자동차가 밀리면 길 위에서 짜증이 나지만 단풍놀이 때는 그 짜증이 덜하다. 꽃은 먼 데 것을 감상할 수 없지만, 단풍은 밀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우리가 온 산과 온 들의 단풍을 보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 꽃보다 싫증이 덜 나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어린 시절 함께 가을 산길을 걷다가도 우리는 노란 감국을 꺾었고, 어머니는 예쁜 단풍 가지 하나 손에 꺾어 들었던 것 같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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