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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장관 지명자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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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장관 지명자 자진사퇴

입력
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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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개혁 노선을 포기하고 이란을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로 되돌리겠다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노선에 제동이 걸렸다.

AP통신은 9일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석유 장관 지명자인 사데크 마흐술리(46)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의회 신임 투표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마흐술리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의회에서 지지를 얻지 못할 것 같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석유 장관이 돼야 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석유생산량 세계 4위로 석유수출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이란에서 석유 장관은 노른자위 요직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겐 취임 3개월 만에 맞은 최대의 정치적 타격이다. 사퇴한 마흐술리는 석유와 관련해서는 경험이 전혀 없지만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다. 이에 앞서 8월 석유 장관로 지명했던 알리 사이드루 전 테헤란 부시장도 경험부족을 이유로 의회에서 불신임을 받았다.

최측근을 석유 장관에 앉히려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두 번이나 퇴짜를 놓은 것은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가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던진 견제구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인맥을 청산하려 하고 있다. 대선에서 맞붙었던 알 아크바르 하세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등 서방과 가까운 온건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석유장관 지명은 개혁의 첫 단추인 셈이다.

그러나 의회는 대통령의 입김보다는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호메이니의 뜻을 받들 적임자가 석유 장관에 지명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 의회 관계자는 “이번 일은 대통령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며 “국가 산업 자체를 좌지우지 하는 석유 장관은 경험과 추진력을 함께 갖춘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회는 지난달 말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야 한다”는 강경 발언으로 전 세계로부터 비난의 뭇매를 맞은 데 대해서도 못마땅한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개혁의 추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최측근을 전면 배치한 강경 보수 내각으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보겠다던 계획표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통령과 의회의 대결양상이 굳어져 이란 정국이 혼미한 양상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a>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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