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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관련 특허제도도 '프런티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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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관련 특허제도도 '프런티어' 돼야

입력
200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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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10월 미국인 무어씨는 ‘털세포 백혈병’(hairy cell leukemia)에 걸려 캘리포니아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주치의인 골드 박사는 비장을 적출했고, 병은 나았다. 무어씨는 1983년까지 통원 치료를 했고 골드 박사는 계속 혈액과 골수 등을 채취했다.

이 때 골드 박사는 무어씨의 비장 세포에서 암 치료 등에 유용한 단백질을 다량으로 생산하는 세포주를 만들었고, 1984년 캘리포니아대학은 이 세포주 및 산물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골드 박사와 대학은 두 제약회사와 개발 계약을 체결, 300만 달러 상당의 주식과 44만 달러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무어씨는 골드 박사와 대학, 제약회사를 상대로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횡령과 의사가 ‘설명에 의한 환자의 동의’(informed consent)를 구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지만 2심인 주(州) 항소법원은 횡령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연구기관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주 대법원은 의사의 개시 의무 위반에 대한 소송 원인은 성립하지만, 횡령에 대한 소송 원인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해 1991년 최종 확정됐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의 급진전과 재생의학의 발전에 따라 첨단 의료 분야의 기초소재가 되는 난자 등 인체 유래 생물학적 물질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4년여의 치열한 논쟁 끝에 2004년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난자나 장기 등 인체 조직의 매매를 금지하고 연구도 기증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물질을 이용한 기술 개발과 그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 또는 특허권의 귀속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고려한 윤리적인 이유로 난자나 인체 조직의 매매를 금지하거나 소유권을 부정하고 있으며, 연구를 위한 공급은 기증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결과의 특허 보호도 마찬가지로 인체나 인체의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경제적 부 창출을 위한 소유권이 부정되는 불확실한 여건에서 어떻게 줄기세포를 이용해 재생의학 산업을 키워 나갈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보다 앞선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보유해 세계 줄기세포 허브가 설치되고, 장차 재생의학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하는 우리는 그 기초소재(난자 등)에 대해 기증에 의해 공급받아야 할지, 적절한 시장구조에 맡겨야 할지, 또한 그 연구결과의 소유권이나 특허보호제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를 결정할 책임도 아울러 지게 됐다.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이성우 특허청 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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