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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바뀌나…유홍준 청장 "신중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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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바뀌나…유홍준 청장 "신중히 검토"

입력
2005.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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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의 교체를 추진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8일 “국민적 상징성이 큰 국보 1호는 교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적 합의와 학계의 동의를 거쳐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문화재청은 국보 1호 재지정 문제를 심의하기 위해 14일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문화재위원회(위원장 안휘준 서울대 교수) 국보지정심의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7일 문화재청을 상대로 ‘문화재 지정 및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면서 국보 1호를 다른 문화재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 청장은 이 날 “국보 1호를 숭례문에서 훈민정음으로 바꿔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1996년에 제기된 바 있으며 당시 그 문제가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올라갔다가 부결됐다”며 “하지만 국보 1호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교체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그러나 국보, 보물 등 문화재 전반의 체계를 재검토하는 것은 규정 개정, 교과서 및 백과사전 내용 변경 등 여파가 크고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 뒤 “국보 1호만 교체하면 혼란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휘준 위원장은 “일반인들은 국보 1호가 문화재적 가치와 상징성 등에서 다른 국보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숭례문은 오히려 무게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지정 문화재 변경은 방대한 일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징원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는 “국보 1호의 자리는 한국의 대표 유물이 차지해야 한다”면서도 “전문가 각각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폭 넓은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조유전 동아대 교수는 “국보 번호는 단순한 관리 번호이기 때문에 그 번호가 앞선다고 해서 가치가 앞서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국보는 가치가 동일하기 때문에, 숭례문이 붕괴돼 형체가 없어지는 등의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 한 굳이 국보 1호를 교체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설사 관리 번호라 하더라도, 일반인은 국보 1호를 가장 소중한 문화재로 여기는 게 사실”이라며 “일제가 조선 문화재 1호로 지정한 것을 해방 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에 일제 잔재 논란도 있는 만큼 더 가치 있는 문화재가 있다면 이 기회에 그것으로 국보 1호를 바꿔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국보 1호를 교체할 경우,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팔만대장경(국보 32호), 석굴암(국보 24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 등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훈민정음은 96년 국보 1호 교체 대상으로 심의에 오른 적이 있는 만큼 이 가운데서도 제 1순위 후보로 꼽힌다.

한편 14일로 예정된 국보지정심의분과위원회 회의와 관련, 안휘준 위원장은 “감사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은 국보 1호를 포함한 지정 문화재 전반의 검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며 “새로운 자료 출현 등으로 국보, 보물 지정 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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