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논객’들의 기고가 활발하다. 여권의 10ㆍ26 재ㆍ보선 참패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들은 주로 대통령의 생각과 주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공세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이 ‘국정브리핑’에 올린 ‘박정희 모델=입시공부, 노무현 패러다임=전공공부’라는 제목의 글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옹호한 것이라면, 정문수 대통령경제보좌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교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해명서다.
정 보좌관은 ‘대통령에 대한 5가지 오해와 대통령의 5가지 오해’라는 글에서 “노 대통령은 경제에 관심이 많고 반(反)시장적이지 않으며 과거 못지않게 미래에 관심이 많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정치밖에 모르며 분배정책에만 신경을 쓰고 과거사 청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겨냥한 반론이다. ‘말이 너무 앞서고 투쟁적이다’ ‘실천은 없고 구호만 많다’는 외부의 평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오해’에 대해서도 주석을 달았다. 그는“노 대통령 자신도 ‘나는 경제를 잘 모른다’ ‘우리 국민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다’ ‘나는 욕심이 없다’는 오해를 갖고 있다”며 “실제로는 노 대통령이 실물경제를 잘 알고, 우리 국민은 이성적이라기보다 감성적이며 노 대통령은 일 욕심이 많다”고 평가했다.
요약하면 노 대통령은 경제를 잘 아는, 일 욕심 많은 대통령이니 ‘감성적인’ 국민들이 쓸 데 없는 오해를 하지 말고 잘 이해 하라는 얘기다.
보좌진의 대통령 두둔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글을 찬찬히 뜯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공감이 가는 대목도 없지 않다. 임기의 반환점을 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원인을 찾아 고쳐보려는 노력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옹호론이나 찬가 정도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만큼 그 동안 형성된 오해와 불신의 골이 깊다는 게 문제다. 정 보좌관 말대로 그렇게 경제에 관심이 많은 대통령이라면 “경제 올인론은 무책임한 선동정치의 표본”이라는 막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경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에 “일부러 사진 찍기 위해 민생 현장에 가서 쇼나 하라는 거냐”고 화를 내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청년 실업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실물경제 이해도가 높다는 대통령은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는 사람은 소심하거나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이라고 핏대를 세운다.
최근 정부정책 홍보 사이트 ‘국정브리핑’의 ‘한국경제 회복궤도 진입’이란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대통령의 답글은 차라리 눈을 감게 만든다. “참 좋은 기사입니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기사는 따로 고객통신 서비스를 하나요?”
아무리 측근 논객들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부르짖어도, 간단 없이 터져 나오는 대통령의 터무니 없는 낙관론과 튀는 발언은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헤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외골수도 있다. 대통령의 막말 한 마디에서 열 가지를 유추해 내는 국민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진정성에 매달려 오해를 불식하지 못하는 대통령 사이에서 보좌진들의 고민은 깊어 갈 수밖에 없다.
이창민 산업부장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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