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일본 도피생활을 끝내고 페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칠레를 우회 방문한 알베르토 후지모리(67) 전 페루 대통령이 칠레 경찰에 의해 7일 전격 체포됐다.
칠레 경찰은 이날 오전 인권 유린과 부패 등 20가지 이상의 범죄 혐의로 국제적으로 수배 중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숙소인 메리어트 호텔에서 입국 수시만 만에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페루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대한 칠레 대법원의 지시에 따라 발부된 영장으로 체포했다며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저항 없이 체포에 응했다고 덧붙였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6일 칠레 산티아고에 개인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 그는 체포 전 성명을 발표, “페루에 돌아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칠레에 머물 것”이라며 “200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과의 공약을 실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가 페루에 입국하기 위한 우회지역으로 칠레를 선택한 것은 최근 페루와 영유권 분쟁으로 현지의 반 페루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에서 출발 직전 교도(共同)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귀국을 위한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1990∼2000년 페루를 통치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로 정부가 무너진 2000년 11월 일본으로 도피한 후 사실상 망명 생활을 해왔다.
그 동안 페루 정부는 일본 정부에 후지모리의 신병 인도를 요구해 왔으나, 일본 정부는 “일본 시민권자인 후지모리의 신병을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은 7일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일본을 떠난 데 대해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정부가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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