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를 바꾸자는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문화재청이 1996년 추진했다가 반대가 약간 우세해 좌절된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당시 좌절된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 전반을 재조정하려면 관련 서류와 도서 등을 모두 바꿔야 하므로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을 훈민정음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문화재 전반을 손대는 것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국정감사에서도 계속 교체가 거론돼 오고 있는 이 문제는 차제에 매듭을 짓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지정번호가 문화재 우열순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국보 1호는 분명 상징성이 크고 영광된 것이기 때문이다. 숭례문은 영광보다는 자격시비에 줄곧 시달려 온 반면, 여론조사의 1위는 늘 훈민정음 해례본이 차지했다.
숭례문은 뛰어나지만 민족적 자부심이 느껴질 만큼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사한 형태의 흥인지문(동대문)과 팔달문, 장안문 등도 여럿이 있다.
감사원의 ‘일제 때 행정 편의로 정해진 문화재 체계를 답습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조선어 말살책을 쓴 일제가 훈민정음을 높게 평가했을 리가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과학성과 독창성에서 빛나는 훈민정음, 즉 한글은 우리 민족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을 주어 왔다. 한글로 인해 문맹이 거의 사라졌고, 우리가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갖출 수 있었고, 컴퓨터 시대에 앞서 갈 수 있었다.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하면, 민족적 긍지를 높이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 답하는 길도 될 것이다. 숭례문(1호)과 훈민정음(70호)을 맞바꿀 경우 국보 지정체계에서 혼란도 줄고, 비용낭비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