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재성(34)씨는 요즘 부쩍 노후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데도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유행어들이 불쑥불쑥 머리 속에 쳐들어 온다.
‘하나만 제대로 키우자’는 생각으로 딸 하나만 두었지만, 잘 키워서 노년을 기대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김씨는 그래서 최근 증권사 창구를 찾아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고 매달 50만원씩 붓기로 했다. 기존에 가입한 종신보험 외에 별도로 변액연금보험도 들었다. 그는 “은행 금리만으로는 긴 인생의 노후 대비가 안 될 것 같아 펀드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는 왜 최근 개인과 가계가 ‘저축’에서 ‘투자’로 돌아서고 있는지를 웅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크게 느는 반면 경제생산인구는 줄어드는 인구고령화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 가계의 재테크를 보다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현재 78.2세에서 2050년에 가면 83.3세로 높아진다. 반면, 가구당 출산자녀 수(2002년 현재 1.17명)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 안 보인다. 때문에 2026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국민의 20.8%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혹시라도 자녀에게 의탁해 노후를 보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몽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 기대자니 더욱 불안하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규모는 2035년 1,715조원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2047년이면 기금이 바닥이 날 거라는 극단적 시나리오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아무튼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국민연금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노후대책인 것이다.
결국 개인 스스로 은퇴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마당에 금리가 연 4% 안팎에 불과한 은행예금은 결코 해답이 될 수가 없다. 주식 등 투자상품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들어 주식형 및 적립식 펀드 수탁액의 급증은 개인과 가계의 여유자금이 저축에서 투자로 빠르게 중심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해준다. 보험료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에 가입하는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 상반기 변액보험 판매액(초회 보험료 기준)은 8,46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84%나 급증했다.
이들 상품은 장기투자할수록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는 구조이어서 노후 대비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비록 개인 투자상품은 아니지만 퇴직연금제도가 12월 도입될 예정이어서 당장 내년에만 수조원대의 노후 대비용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올 전망이다.
인구구조변화와 투자상품 간의 상관관계는 외국에서도 선례를 찾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경우 경제활동인구의 핵심인 20~54세 인구비중이 정점을 친 1995년과 1979년부터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지고 특히, 주식 등 투자상품 증가세가 예금 증가세를 압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우리나라는 이 연령대의 인구가 올해 56.1%로 최고치에 오른 뒤 차차 감소할 전망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노후 대비 재테크도 선진국형으로 변화할 전망이며 이미 그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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