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요사태는 6일로 발생 11일째로 접어들면서 전국 300여 곳으로 확산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날 무고한 노인이 청년들에 맞아 숨졌으며, 총상을 입은 경찰관도 10명을 넘어섰다. 또 6일 밤과 7일 새벽 사이 전국에서 1,400여대의 차량이 불타고, 395명이 체포됐다. 사건의 피해규모는 연일 새로운 기록으로 갱신되고 있다.
사태의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경찰관에게 산탄총 등으로 총격을 가하는 사례가 늘면서 과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이것은 전쟁”이라며 “시위자들은 총과 몽둥이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폭력배들까지 가담해 사태가 더욱 악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폭력 등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집과 가게를 잠근 채 인근 지역으로 피신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사태발생 이후 첫 사망자로 기록된 장 카크 슈나덱(61)은 4일 파리 북쪽 교외 스탱의 주택가에서 두건을 쓴 청년들에게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웃과 이번 사태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중 이들의 폭력으로 혼수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다.
5일 밤에는 파리 서쪽 100km에 있는 에브뢰에서 쇼핑센터와 우체국, 학교 등이 습격을 받았다. 시위자들은 차량이나 건물은 물론, 경찰서에까지 무차별로 방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찰관과 총격전을 벌이는 가 면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 관공서를 습격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경찰의 무장보호 없이는 현장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남부 아비뇽과 휴양도시 니스와 칸, 남서부의 낭트, 동쪽의 아르덴과 스트라스부르 등에서도 방화가 잇따라 소요사태는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파리 중심부까지 옮겨 붙은 소요사태는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인접 유럽국으로 파급될 태세다. 로마노 프로디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폭력사태가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이민자 거주지역과 독일 베를린의 빈민지역에서 각기 차량 5대가 폭도들의 방화로 소실됐다. 현지 경찰은 파리 사태의 모방범죄의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유사한 방화사건은 전 유럽으로 확산될 태세다.
프랑스 최대 이슬람 단체인 프랑스이슬람기구연합(UIOF)은 이날 소요사태에 따른 무질서와 파괴를 비판하는 내용의 파트와(이슬람 지도자들의 유권해석)를 공표했다.
UIOF는 파트와에서 “무슬림이 사유 및 공유 재산에 타격을 주거나 생명에 대한 공격 행위에 참여하면서 신의 은총을 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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