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사기사건이 10년 만에 악당의 패배로 끝났다. 인터넷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섹스닷컴’(sex.com) 도메인 분쟁이 지난달 사기꾼의 철창행으로 결말이 났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7일 전했다.
사건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인터넷 사업가 게리 크레멘은 도메인 등록붐을 타고 섹스닷컴을 등록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크레멘은 데이트 알선 사이트인 매치닷컴(match.com)을 운영하느라 섹스닷컴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이 때 섹스닷컴의 엄청난 잠재력을 알아챈 스티븐 코언이 등장한다.
유명한 사기꾼인 그는 95년 도메인 관리회사인 네트워크 솔루션에 크레멘이 해고되면서 자신이 인터넷 주소의 주인이 됐다는 편지를 보냈다. 뜻밖에 이를 믿은 네트워크 솔루션은 소유권을 코언에 넘겨 주었고 코언은 본격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섹스닷컴은 매달 수백만명이 방문하면서 연간 광고수입만 800만 달러에 달했다. 코언은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의 황제란 명성과 함께 천문학적인 돈도 챙겼다.
뒤늦게 도난 사실을 알게 된 크레멘은 440만 달러를 들인 소송에서 승소, 2000년 말 소유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미 코언이 종적을 감춘 뒤였다.
미궁에 빠진 사건은 멕시코에서 이상한 종말을 맞았다. 코언이 현지에서 취업허가 신청을 냈다가 인터폴에 수배된 사실을 확인한 경찰이 그를 전격 체포한 것이다.
현재 코언이 크레멘에게 갚아야 할 배상금은 2,500만 달러. 그러나 코언은 소송비에도 턱없는 10만 달러밖에 남지 않았다고 버티고 있다.
크레멘은 “코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지만, 엄청난 소송비는 그가 갚아야 할 처지다. 사상 최대의 인터넷 도메인 사기사건은 다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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