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북한 잠수함 침투에 격분, 같은 일이 일어나면 미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북한에 대해 군사 행동을 하기로 해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고 김동현(金東賢ㆍ미국명 통 김) 전 미 국무부 통역관이 7일 말했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 교수인 김 씨는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의 잠수함 침투에 화가 난 김 대통령이 북한 지역 내 타격 목표물까지 선정하는 군사 행동계획을 마련했다”며 “김영삼 정부가 같은 사건이 재발하면 대북 군사 행동을 취하더라도 주한 미군측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으려 하는 바람에 대북 연합 방위태세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 존 도이치 중앙정보국(CIA)장이 각자 한국 관리를 상대로 애를 썼으나 한국측은 듣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마닐라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양국 외교장관만 배석한 채 클린턴 대통령이 “우리의 오해인가,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동맹 성격이 변한 거냐”라고 김 대통령에게 따지고서야 한국으로부터 그렇게 바라던 답을 받아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우리 장군들은 한국이 취하는 어떤 행동도 주한미군을 끌어들여 북한과 충돌에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김 교수는 자신의 통역관 활동 중 “정상간 대화를 국무장관이 직접 기록하는 것을 처음 봤다”고 당시 회담 성격을 묘사했다. 김 교수는 당시 한국 국방장관이 “우리가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는 모종의 미묘하고 긴급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상 당신들과 협의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귀띔했다고 회고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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