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세계가 좁다. 그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8일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섰다.
후 주석은 9월 유엔 정상회의 참석을 겸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방문했고, 지난달엔 북한과 베트남을 다녀왔다. 이번 영국 독일 스페인 유럽 순방을 마치면 곧장 부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베이징(北京)에 머물 새가 없을 정도로 바삐 다니는 모습은 예전의 중국 최고지도자와 다른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후 주석을 ‘유비쿼터스’ 지도자로 묘사했다.
2003년 국가 주석에 취임한 지 석 달 만에 시작한 순방 외교는 아시아, 북ㆍ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모든 대륙을 망라했다. 후 주석이 외면한 나라로는 신사 참배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이 유일하다.
영국 행은 7월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방문한 지 4개월 만이다. 1년에 2개국밖에 초청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각국 원수들은 꿈만 꾸는 영국의 국빈 자격으로 방문, 미국 방문 때 구겼던 자존심도 회복했다. 더욱이 1999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이후 불과 6년 만에 최고 지도자가 또다시 국빈 방문, 세계 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높아진 위상도 확인했다.
후 주석의 ‘유비쿼터스’ 순방외교는 실무적인 게 특징이다. 에너지, 통상, 무기 등 가는 곳마다 실리를 챙긴다. 4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개국 방문과 7월 러시아 카자흐스탄 방문에선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 루트를 다졌다. 이번에는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EU의 대 중국 무기 수출 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도 이번 순방에 앞선 브리핑에서 EU의 무기수출금지 조치를 “정치적 차별”이라고 언급하며 주요 의제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측에서는 ‘브라전쟁’으로까지 발전한 중국산 섬유제품 통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그러나 ‘자유 티베트 운동’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중국의 인권 침해 문제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6년 전 장 전 주석의 방문 때처럼 인권단체들은 후 주석의 방문에 항의하는 인권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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