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유럽이 감시단을 파견해 치러진 아제르바이잔 총선이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졌다. 아제르바이잔 중앙선거위원회는 7일 개표결과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예니(NEW) 아제르바이잔’은 전체 125석 중 63석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야당 연합인 ‘아자드리그(자유) 블록’은 5석에 그쳤고, 50여 명의 무소속 당선자 중 40여 명이 친정부 계열로 분류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화가 진전할 것으로 기대한 야당 연합과 서방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즉각 조사를 촉구했다. 선거를 감시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참관인들은 이날 수도 바쿠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이번 총선은 국제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야당연합 소속인 인민전선의 알리 케리믈리 당수는 “야당은 새로운 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대정부 항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개발 문제로 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 조차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 “이제르바이잔 선거는 일부 개선된 점도 있지만 심각한 불법 및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일부 재검표는 검토해보겠지만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어서 국내 반정부 세력의 저항이 예상된다.
아제르바이잔은 1991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고(故) 가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이 10여년 간 종신 집권 했고, 2003년 아들인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부정선거 비난 속에 권력을 승계했다. 히틀러가 눈독을 들였던 바쿠 유전이 있어 러시아와 서방 국가의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2003년 이후 야당 연합이 오렌지색 상징을 내세워 크고 작은 반정부 투쟁을 전개, 이번 총선을 통해 ‘오렌지 혁명’을 이룰지가 주목돼 왔으나 현재로선 실패한 셈이됐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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