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의 변화 중 가장 참신해 보이는 것이 템플스테이다. 이 제도는 2002년 월드컵대회 때 외국인 숙박난 해소를 위해 처음 도입되었다. 그 결과 내ㆍ외국인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아, 하나의 문화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관광과 종교체험이 결합된 이 제도의 매력은 성속(聖俗)의 짧은 만남일 듯하다. 풍경 소리 그윽한 산사에서 승려의 수행 방식을 따라 불교적 깨우침에 다가가는 하룻밤의 인연은, 속세 사람들에게 잊기 어려운 흔적을 남긴다.
▦ 지금은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내소사 등 41개 유명 절이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다. 비용도 저렴한 편이어서 내년에는 50여 사찰로 늘 전망이다. 프로그램도 수행체험부터 산사음악회, 산사축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지리산 실상사가 26, 27일 마련하는 템플스테이는 유기농 김장축제다.
일정을 보면 어울림 한마당, 저녁공양(17:00), 스님의 사찰음식 강연(18:30), 양념 다듬기(20:30), 취침(22:00), 희망자 새벽예불(04:30), 춤 명상시간(06:00), 김장하기(08:00) 등이다. 여유로울 듯한 이틀 일정이 의외로 빡빡하다.
▦ 지난해까지 3만7,300여 명이 이 제도에 참가했다. 외국인의 참여가 꾸준히 늘어, 올초부터 8월까지 4,400명을 넘었다. 불교 대중화를 위해 이보다 효과적인 행사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종교 대중화에도 한계가 지켜져야 한다. 전에 나는 “부산에 가면 범어사에 가 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지금은 실망하고 있다.
그 주변과 경내의 경박한 변모를 대도시 인접 사찰의 피할 수 없는 환경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한국 불교는 본질적 수행에 투철함으로써 유구한 전통을 이어왔다. 절의 바탕은 수행의 도량이다.
▦ 최근 근 30년 만에 내장산 백양사에 가서 놀랐다. 불타는 듯한 단풍나무 잎은 예와 변함 없었으나, 경내 풍경이 너무 세속적이었다. 일주문 안의 가게가 경박한 트로트 메들리로 행인을 끌고, 잔뜩 쌓인 플라스틱 장난감 등이 문밖 가게와 다름없었다.
두 가게의 앞 진열대에서 플라스틱 막걸리병이 복분자술 등과 함께 팔리고 있었다. 시인들도 가세해 대웅전 가는 길가에서 시(詩)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상업화와 과잉 대중화의 촉수가 산사 깊이 뻗치고 있었던 것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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