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빈민가 소요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추적을 받다 숨져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두 소년의 범죄와 무관한 일상과 성격 등이 속속 알려지며 현지 정서를 새삼 자극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평소 저소득층 이민자들에 대한 공권력의 부당한 차별대우가 얼마나 심했는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0월27일 라마단 행사의 마지막 날 오후. 파리 외곽도시 클리시 수 부아의 한 공터에서 친구들과 축구시합을 마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계 부나 트라오레(15)와 튀니지계 지에드 베나(17) 등 두 소년은 집으로 향했다. 허기에 찬 이들은 귀가하는 길에 경찰 검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빨리 집으로 가기 위해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이들은 거기에서도 경찰이 눈에 띄자 검문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과 마주치면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시해야 하고, 때로는 경찰서로 연행될 수도 있었다. 운이 좋지 않으면 부모가 경찰서에 와야 석방해 주기 때문에 이들은 그저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들은 프랑스전력공사(EDF) 송전소 쪽으로 향했다. 지에드와 부나는 경찰의 추격을 피해 송전소 2.5m 높이의 담을 넘다가 변압기에 떨어져 감전사 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 “주변에서 일어난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이들 소년을 용의자로 보고 검문을 하려 했을 뿐”이라며 “추격전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증언들은 추격전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검문 자체가 당하는 사람에게는 참기 힘든 사건이자 넌센스일 정도로 부당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부나의 친구인 이아디에는 “이 동네에서 경찰과 맞닥뜨리게 되면 누구라도 이유없이 도망칠 수 밖에 없다”며 “경찰의 불심검문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보면 얼마나 굴욕적이고 비참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나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작은 소년이었다”고도 덧붙였다.
부나가 살았던 아파트 관리인도 “부나는 조용하고 공손한 아이였다”며 “아파트에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이 섞여 살지만, 부나와 그 가족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빈민가에 대한 현지 경찰의 강압적 검색과 차별대우가 한 선량한 소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고발에 다름아닌 셈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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