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화해하는 것인가. YS가 최근 DJ에게 병문안 전화를 한 것이 알려진 뒤 ‘영원한 경쟁자’였던 두 전직 대통령의 관계 회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양측에 따르면 YS는 지난 6일 오후 DJ의 동교동 자택으로 전화해 5분가량 통화를 했다. YS는 DJ에게“건강이 어떠시냐”며 먼저 물었고, DJ는 “좋지는 않지만 괜찮다”며 “전화해줘 감사하다”고 답했다. DJ도 “김 대통령은 어떠시냐, 손(명순) 여사는 어떠냐, 대만은 잘 다녀 오셨나”며 안부를 건넸고 YS는 “괜찮다”며 이희호 여사의 안부를 물으며 화답했다.
YS는 최근 DJ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병문안을 가려 했으나 병원측의 면회 사절 방침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YS는 위문전화를 한 뒤 측근들에게 “병원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뒤늦게나마 통화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대외적으로는 30년 민주화 동지였지만 1987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이래 줄곧 대립해왔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열린 청와대 오찬을 끝으로 공식 회동도 없었다. 특히 국민의 정부 시절 YS가 “DJ가 내 뒤를 캐고있다”며 DJ를 독재자로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더욱 멀어졌다.
이 때문인지 2002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장과 올 2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워커힐 호텔 행사장에서 조우했지만 어색한 악수에 그쳤다. 두 사람이 퇴임한 이래 정치권에서 화해를 주선했지만 번번히 무산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YS의 핵심측근은 이날“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아무래도 화해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DJ측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으나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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