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된 소요사태의 앞줄에 선 것은 주로 북아프리카 이민자의 후손인 10대 소년들이다.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고 있고 할아버지나 아버지 대에 이민 온 2, 3세다. 당연히 프랑스가 고향이고 국적도 프랑스다.
그러나 이들은 주류사회에 편입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고등교육을 받더라도 대도시 외곽의 빈민가에서 암담한 인생을 살 운명이다. 프랑스 사회가 이들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시위대가 거리로 나선 이유로 ‘미래가 없다는 것’을 꼽았다. AP통신은 6일 “프랑스 당국은 범죄의 만연이라고 주장하지만, 폭력사태의 뿌리는 이 보다 더 넓다”며 “수많은 인종차별과 취업기회 박탈이 이번 사태의 불씨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이민자 인구는 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1세대와는 달리 전통 프랑스인들과 모든 조건이 똑같으면서도 취업을 위해 입사지원서를 내봐야 면접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AP가 인터뷰한 알제리 출신 미혼모 소니아 이므룰은 “범죄와 가난, 실업이 뒤섞인 압력밥솥 같은 곳에서 가정의 40%가 붕괴되고 있다”며 “혼자된 어머니가 자녀를 돌보게 되면서 가정이 제 기능을 못해 퇴학, 마약 복용, 경범죄, 폭력이 판을 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결국 경찰은 범죄를 기록하고, 젊은이들은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폭력은 좌절을 먹고 사는 셈이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은 주류 사회의 심한 냉대를 통해 분노와 좌절감만을 키우게 된다. 대학졸업자 실업률은 26.5%로 전체 대졸자 실업률 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14살 소년인 모니르는 “미래가 불투명해 대학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 직업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절망했다.
무슬림 중 35%를 차지하는 알제리계의 경우, 부모들이 프랑스에 대항해 격렬하게 독립 운동을 벌였다는 이유만으로 시민권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가혹한 차별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P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인생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동기가 이스라엘 점령지구의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자살테러에 나서는 이유와 유사하고, 또 서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어두운 미래에 좌절한 뒤 반 이스라엘, 반 미국 정서에 빠져들 듯이, 프랑스의 무슬림 청년들도 자신들의 행동을 반미 정치운동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관리는 도시 외곽을 마약 거래 등이 판치는 무법지대로 만들려는 갱들이 개입해 이번 사태를 부분적으로 선동했다는 분석도 하고 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BBC는 “무슬림들은 실명을 숨기고 가명을 사용해야 간신히 직업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10대들이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이 경찰을 조롱하고 기물을 파괴하는 거리의 게릴라식 게임을 즐긴다는 지적도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가 모방범죄에 의해 확대됐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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