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기업 민간CEO 1호' 취임 1년 한행수 주공 사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기업 민간CEO 1호' 취임 1년 한행수 주공 사장

입력
2005.11.07 00:00
0 0

“불과 일주일 정도 지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인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아마 개인적으로는 물론 (부동산) 업계에 큰 일이 벌어졌기 때문인가 봅니다.”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 공기업 CEO로 변신한 지 1년이 된 대한주택공사 한행수(60) 사장은 주공 사장 1년의 소회를 이같이 말했다.

30여년간 사기업에서, 그것도 내부 경쟁이 가장 심하다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 공기관 CEO로 변신한 그가 겪었을 문화적인 충격과 조직 변화를 위한 치열한 열정을 읽을 수 있는 언급이다.

한 사장은 “‘공기업 최초의 민간 CEO’라는 타이틀은 1년 내내 어깨를 짓누른 사명감이자 부담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가치관의 전환’이 힘들었다. 의사 결정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기업과 달리, 상층부에서 이뤄진 의사 결정이 파도처럼 시간 차이를 두고 일선 집행 부서에 전달되는 관행에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간 주공 사장은 정치권이나 군 관계자들이 주로 맡았습니다. 그 탓인지 처음 결제를 하기 위해 찾아온 임원마다 기본적인 설명부터 늘어 놓았습니다. 제가 이 분야에서 30년 잔뼈가 굵은 전문가인데도 말이죠. 이젠 많이 달라졌습니다. 결론은 빠르게 내리고, 실천은 내실 있게 합니다.”

한 사장이 신속한 의사 결정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것이 ‘경영 투명성 확립’이었다. 전임 사장들이 잇달아 비리에 연루돼 불명예 퇴임한 상태에서 민간 CEO 출신으로서 취임과 동시에 맞닥뜨린 문제가 경영 투명성 확립 문제였다.

“권한이 한곳에 몰리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우선 위로 몰린 권한을 밑으로 위임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취임 후 사장 결재 사항을 확인해 보니 무려 105개나 됐습니다. 그래서 상당수를 과감하게 임원 전결로 바꿨습니다. 지금은 사장 결재가 필요한 사항이 48개쯤으로 줄었을 겁니다.

다시 임원 전결 사항도 팀장들에게 넘기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조직에 활기가 돌고 투명성도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책임을 갖게 되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을 민간 기업에서 스스로 체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수십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공기업의 구조적 문제점은 여전히 산처럼 쉽게 무너뜨리기 힘들다고 한 사장은 말했다. 특히 경직된 인사고과 제도를 그는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민간 기업은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 전사적 성과로 이어져 결국 개인에게 보상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성과 보상체계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업은 이런 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또 당연히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재가 승진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상당수 공기업에서는 학연이나 지연, 직종별 나눠먹기, 외부 입김 등의 변수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승진하는 불합리한 인사가 아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조직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나쁜 요인입니다. 이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한 사장은 이제 공기업 직원들도 ‘고객 만족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기업들이 고객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공기업이 무사안일한 대 고객 마인드를 바꾸지 않는 한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공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10년 뒤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직원 스스로가 느껴야 합니다. 앞으로 주공이 짓는 아파트는 민간 아파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최첨단 미래 아파트’로 지어야 합니다.

저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파주와 판교 신도시를 전 도시가 네트워크화한 ‘한국의 미래도시’로 만들 생각입니다. 주공이 세계 최고의 아파트를 만든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줄 계획입니다.”

한 사장은 주공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사실 공기업 직원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대부분 직원들이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지어준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는 후손에게서 빌려 쓰는 것인 만큼 아껴 쓰고, 주택은 만들어서 후손에 물려주는 재화인 만큼 잘 지어서 넘겨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한국 주택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