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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佛 낙오자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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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佛 낙오자들의 반란

입력
200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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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미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호된 홍역을 치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도 사실은 허리케인에 대한 안이한 대처가 발단이었다. 당시 세계가 놀란 것은 자연의 위력 때문 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주류사회가 방치해 놓았던 소외 계층의 비참한 생활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뉴올리언스가 미국에 있는 도시인지, 아프리카에 있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렸다.

계기는 다르지만 지금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목도되고 있다. 열흘이 넘게 계속되는 소수인종에 의한 폭력사태는 유럽 전역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곤 “이곳이 파리인가”라는 똑 같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언론에선“불만에 가득찬 낙오자들의 소행”이라느니, “불평등한 사회가 키운 업보”라느니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간단하다. 불을 지르는 젊은이들은 “아무도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기 않기 때문”이라고 외치고 있다.

한 무슬림은“이것은 정치혁명도 이슬람혁명도 아니고, 단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빈민층은 할아버지 세대부터 격리된 게토에서 생활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말을 쓰지만 이들에겐 미래가 없다. 이력서에 무슬림식 이름을 적으면 면접도 꿈꾸지 말라는 것이 상식처럼 돼 있다.

세상은 ‘성장이냐, 복지냐’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그러나 프랑스 소요사태는 국가가 해야 할 화급한 일이 거기에 있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빈민층 소외계층 등 사회의 그늘 속에 있는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관대함이 없다면 이들은 언젠가는 국가의 발목을 잡는 부머랭이 될 수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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