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놀이공원 이용료 할인 등 신용카드사들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100% 활용하면서도 사용실적은 최소한을 유지하는 카드 고객들이 대표적이다. 은행권에서도 특판상품에서 고금리를 챙긴 뒤 특판이 끝나면 다른 금융기관의 고금리 상품으로 옮겨 가는 고객들이 많다.
●카드 연회비 면제 받고 할인혜택은 철저히 챙겨
‘똑똑한’ 소비자들 때문에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신용카드사들. 영화관, 놀이공원, 패밀리레스토랑 등 고객에 대한 할인혜택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롯데월드 무료입장을 부가서비스로 제공한 한 카드사의 경우 서울 잠실에 사는 한 주민이 카드회원으로 가입한 뒤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 한 달에 수십 건의 무료입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대부분 카드사들이 할인혜택 횟수를 제한하거나, 사용실적이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에만 혜택을 주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똑똑한 카드 고객들은 주유할인 전용카드, 놀이공원 등 레저전용카드 등 특화된 기능만 집중 이용하는 카드 재테크를 통해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카드사를 ‘협박’하는 간 큰 고객들도 등장하고 있다. 3~4장의 신용카드에 동시 가입한 이들은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연회비가 부담이 돼 해지해야겠다”고 큰 소리를 친다.
그러나 이 경우 대부분 카드사들은 “연회비를 1년간 면제해 줄 테니 계속 써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상황.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회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회원 감소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며 “한 달에 10만원이라도 쓰는 고객이라면 연회비를 면제해 주더라도 붙잡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자 한 푼이라도" 고금리 특판상품 옮겨 타기
은행 고객들 가운데서도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특판 상품에 가입했다가 고금리 적용 기간이 끝나면 바로 다른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영리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9월 20~30일 열흘동안
MMDA 특판 행사를 했던 하나은행의 경우 특판이 끝나자 고객들이 썰물처럼 빠졌다. 하나은행은 특판에서 금리를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을 가입하면 종전보다 1.1%포인트 높은 3.3%, 1억원 이상은 3.5%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3조8,230억원을 모집했다.
MMDA는 일주일정도만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단기상품. 은행들에게 안정적인 자금 공급원은 못되지만, 신용카드나 다른 상품에 가입시킬 수 있기 때문에 특판을 하는 것.
그러나 특판 마지막 날인 9월말 10조8,920억원이었던 하나은행 MMDA 잔고는 보름여만인 지난달 17일에는 7조1,786억원으로 3조7,134억원이 빠져 나갔다. 금융계에 따르면 특판을 노리고 MMDA에 몰린 자금중 상당액이 다시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MMDA는 9월 7조6,000억원 늘었지만 특판이 끝난 10월 들어 줄어든 반면, 9월 11조6,000억원이나 빠졌던 MMF는 10월 들어 소폭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는 특판을 않을 경우 MMDA 금리는 통상 2%대 중반인 반면, MMF는 3%대 초반의 금리를 주기 때문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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