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오빠’ 이상민(33ㆍ전주 KCC)이 한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이상민이 누구인가. 대학 시절 ‘국보급 센터’ 서장훈(서울 삼성)과 함께 1990년대 초반 연세대 농구팀의 비상을 주도하며 농구 코트에 처음으로 ‘오빠 부대’를 불러모았던 명 포인트가드다.
프로농구가 시작된 1997년부터 써내려 간 그의 이력서는 더욱 화려하다. 97~98, 98~99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거머쥐었고 2003~04시즌엔 챔피언 결정전 MVP를 품에 안았다. 지금도 KCC의 경기가 펼쳐지는 관중석 한쪽은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함께 환호하고 아쉬워하는 소녀 팬들로 들어차는 이른바 ‘이상민 존(zone)’이 있을 정도.
오빠는 영원해도 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걸까. 프로농구 새 시즌이 시작된 지 2주일이 지났건만 이상민의 활약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후배 신기성(부산 KTF), 김승현(대구 오리온스)과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는 소식만 들려올 뿐이다. 믿었던 ‘야전 사령관’의 잇단 패전에 ‘농구 대통령’ 허재 KCC 감독도 속수무책으로 최근 3연패에 빠지며 사령탑 취임 후 첫 고비를 맞게 됐다.
7경기를 소화한 이상민의 경기 당 평균 득점은 4.7점. 통산 평균 점수가 11.5점인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달 23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1점에 그쳤는가 하면 2일 부산 KTF전(2점), 6일 창원 LG전(3점)에서도 이상민의 득점포는 ‘꿀 먹은 벙어리’였다. 경기 당 7.7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고는 있지만 고비마다 3점포를 넣으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예전에 비해 분명히 처지는 모습이다.
노장 선수에게 족쇄처럼 따라붙는 체력적인 부담 외에 이상민의 발목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잦은 초반 파울 트러블이다. 7경기 중 이상민은 3번을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났고 3경기는 4반칙으로 치렀다. 파울에 대한 걱정이 소극적인 플레이로 연결 된 셈.
따라서 전문가들은 파울 관리가 이상민 부활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민은 8일 전주에서 열리는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팀의 3연패 탈출 선봉에 설 예정이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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