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현대그룹과 북한이 4개월 여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
현대그룹은 7일 “현정은 회장이 10일부터 이틀간 개성을 방문, 이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기로 최종 합의했다”며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 김정만 현대아산 전무, 노치용 현대그룹 전무 등 7명이 현 회장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측이 김 전 부회장의 축출에 앞장섰다며 방북을 금지해 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과 임태빈 상무는 이번 수행원 명단에서 빠졌다. 현대 관계자는 “북측이 윤 사장은 이번에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윤 사장도 굳이 고집하자 않아 현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김 전 부회장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갈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계획이다. 김 전 부회장의 비리는 경영인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항이어서 인사 조치가 불가피했음을 강조하겠다는 것. 또 9월부터 금강산 관광객 수를 하루 600명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금강산 관광 사업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지가 깃든 민족 사업인 만큼 정상화할 것을 시켜 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답보상태에 있는 개성과 백두산 관광 사업 등에 대해서도 7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이뤄진 약속임을 강조하고 사업 본격화를 위해 실무 접촉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북사업 실무 파트너로 윤 사장 체제를 인정해줄 것도 함께 요구,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현 회장은 방북에 앞서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김 전 부회장 사태 당시 남북협력기금 관련 내부보고서가 유출된 데 대해 사과했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내부 보고서 유출로 정부 신뢰에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했다”며 “이제는 사실관계가 드러난 만큼 하루 빨리 금강산 관광사업이 정상화해서 국민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정부도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김 전 부회장의 남북협력기금 문제로 남아 있던 통일부와의 앙금을 털고 대북 협상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방북으로 현대의 대북사업 정상화가 바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정상화 등의 전제 조건으로 윤 사장 교체 등의 주장을 고수할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윤 사장 체제로 밀고 나가겠다는 현 회장으로선 더 이상 내놓을 협상카드가 없어 타협 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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