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시작일 뿐이다. 프랑스 빈민가 소요 사태가 정부의 이민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슷한 이민 정책을 취하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국가들로 프랑스 발 폭동의 불똥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국가들은 외국인의 불법 이주를 차단하고 이주민의 복지 혜택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의 변화를 추진해왔다.
덴마크는 모든 외국인이 이주 후 7년이 지나서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불법 이주민들이 머무는 임시 거처를 대폭 줄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실업 연금과 노후 연금 혜택을 축소하고 이민 초청 연령을 21세로 낮추는 새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독일마저도 불법 체류자 복지 혜택을 줄이는 이민법을 만들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통해 건너 오는 불법 이주민을 막는 데는 다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지난달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외무장관들은 회담을 열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주민의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지중해 연안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지문을 찍은 여권을 새로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 같은 이민 정책은 국민 대다수가 이민자가 느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경기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자가 오면 일자리 얻기가 더 어려울 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살인, 강간, 밀수 등 각종 사회 범죄가 늘어가고 있는 것도 불법 이민자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극우 성향 정치인들은 이민자를 반대하는 심리를 자극해 인기를 얻으려는 발언으로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하고 있다. 유럽의 이민자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전 세계 인권 단체들은 “유럽 나라들이 불법 이주민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조차도 거들떠 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9월 스페인 국경을 넘으려던 아프리카인 14명이 총살 당하기도 했다.
경제계에서도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유럽의 장기 불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민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공통 인식이다.
5월 유럽집행위원회(EC)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적인 노동이민 허가를 45%까지 늘려야 한다고 제안할 정도다. 유럽 경제 사회 연구회 역시 “이민 노동력 없이는 유럽은 거대한 양로원이 될 것”이라며“표를 의식한 우익 정치인들이 무작정 이민자를 막다가는 모두가 망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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