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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자기주도 학습 - 계획부터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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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자기주도 학습 - 계획부터 세워라

입력
2005.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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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에는 공포에 질린 13인의 아해가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감도’라는 말은 까마귀가 바라본 것처럼 암담한 현실의 모습을 뜻한다.

제국주의의 폭력성이 절정에 달한 1930년대의 시대상이 감수성 예민한 지식인의 눈에 그처럼 보였을 것이다. 사실 ‘오감도’라는 단어는 없다. 건축가였던 이상이 건축용어인 ‘조감도(鳥瞰圖)’를 재치 있게 변용한 것이다.

‘조감도 (bird's-eye view)’란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 본 것처럼 지표를 공중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았을 때의 모양을 그린 것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이 비주얼하게 머릿속에 그려져야 한다.

조감도가 마련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들이 수립된다. 평면도가 나오고, 시방서(示方書)가 작성되고 하는 일은 맨 처음 조감했던 그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계획단계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과정은 어떤 면에서 건축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설계도가 없는 집짓기를 상상할 수 없듯, 계획과 작전이 없는 공부는 비효율적일뿐더러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학습 자원과 공부 방법에 대한 분석적 탐구가 필요하다. 거시적으로는 궁극적 비전에 대한 정립부터, 미시적으로는 지금 당장 이루어야 할 최소 단위의 학습계획까지 자신의 학습활동에 대한 전방위적 장악이 이루어져야 최적의 효과를 이룰 수 있다.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들인 이후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쁘다’는 말이다. 수동적으로 학원 숙제만 하거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막무가내식의 공부를 하던 때에는 보이지 않던 반응이다.

계획은, 가공되지 않았던 덩어리 시간을 나누어 각각의 단위 시간에 대한 전략과 목표를 제공한다. 분화된 시간과 분화된 목표들이 학생들의 마음을 민첩하게 만드는 것이다.

계획을 짜는 습관은 또한 학생들에게 심도 있는 고민을 안겨준다. 자신의 총체적 상태를 굽어보는 기회를 통해 요철처럼 들쭉날쭉한 학습의 결손부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는 사회 속에서 유능감을 느끼며 살아가기 위한 기초적 습관과 마인드가 형성되는 시기다. 계획을 세우고 방법을 모색하며 하나의 업무를 완성해가는 노하우를 마련하는 일은, 어른이 됨과 동시에 선물처럼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획성은 지능처럼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착지가 있는 열차만이 최적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법이다. 구체적 계획은 역동적 실천의지를 부른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피곤하기만 하다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혹시 그 아이들이 매일의 일상을 까마귀의 절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자기 삶에 대한 조감도 한 장을 지니고 살아갈 때, 오히려 시간의 속박에서 새처럼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김송은ㆍ학습전문가, 목동에듀플렉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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