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6일 인터넷을 통해 난자(卵子) 매매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긴 김모(28)씨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난자를 판 20대 여대생 2명과 가정주부 1명, 이를 구입한 가정주부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난자 매매가 실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5월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불임 마지막 희망 어디인가’ 등 카페 4개를 개설, 여성 회원들과 불임부부들이 난자를 사고 팔도록 주선하고 중간에서 1건에 50만~150만원씩 모두 370만원을 받은 혐의다.
김씨는 난자 제공자와 불임부부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만나게 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인 공여처럼 위장했다. 난자를 판 여성은 300만~400만원의 수고비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난자를 팔겠다는 여성들은 여대생 등 주로 젊은 고학력자들이었으며 대부분 카드빚이나 생활고에 시달린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실제 매매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계약서를 작성한 일본 여성 2명(구매)과 한국 여성 1명(판매)을 추적 중이다. 김씨로부터 압수한 자료에는 난자 제공 희망자 23명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특히 입건된 여대생 김모(23)씨가 “5월말 다른 선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인 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하는 등 모두 4차례 난자를 팔아 1,1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불법 난자 매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된 김씨는 이밖에도 불임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대리모 알선을 통해 1건에 300만원씩 1,5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그러나 “대리모는 3,000만원의 수고비를 받았지만 대리모의 알선ㆍ제공ㆍ이용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가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용불량자로 어려움을 겪던 중 TV 드라마에서 불임부부 난자제공 대리모 같은 내용을 보고 돈이 되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문제가 된 사이트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통보해 폐쇄했으며, 앞으로 유사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강화키로 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일본에서 불임여성을 모집해 서울시내 유명 산부인과에서 국내 난자제공 여성들과의 인공수정을 알선한 유모(40)씨 등 일당 10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서울 강남구 D산부인과를 비롯해 병원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난자 매매 알선업자와 병원과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 공여 가장… 병원서 난자 버젓이 '거래'
난자 매매가 버젓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합법적인 공여와 불법적인 매매를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속된 김모(28)씨의 경우에도 공여를 가장해 병원에서 난자 매매를 성사시켰다.
경찰은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난자 채취 시 제공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시행규칙인 보건복지부령의 배아생성동의서에는 제공자의 서명란이 빠져 있어 매매에 의한 인공수정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리모 관련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생명윤리법은 난자 거래 알선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난자 제공자 및 이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대리모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구속된 김씨의 경우 대리모 알선 대가로 난자의 경우보다 2배 이상의 고액을 받았지만 난자 알선 혐의로만 사법처리됐다. 따라서 여성을 ‘임신기계’로 도구화하는 대리모 관련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생명윤리법이 난자 거래 알선자의 법정형을 오히려 공여자 및 이용자보다 낮게 규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불법으로 난자를 제공한 여성 중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난자 수를 늘려 배출시키는 과정에서 난소가 부풀어오르고 통증이 생기는 난소과자극 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경찰에 입건된 여대생과 가정주부의 경우도 이 증상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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