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지형변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파의 새판짜기 구상과 움직임이 본격화할 기미가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선 민주개혁세력 대통합론이 나오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는 외부 뉴라이트 세력과의 연대론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은 중도실용세력 결집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으며 국민중심당과 자민련의 통합은 정계개편의 충청발 모티브가 되고 있다.
■ 열린우리당 "뭉치자, 민주개혁세력"
민주·국민중심당과 통합 모색… 민주당선 시큰둥
10ㆍ26 재선거 패배 이후 우리당에선 민주당과의 통합, 나아가 민주개혁세력 대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염동연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 뿐 아니라 중부권 신당과도 결합해 통합신당을 추진하자”고 불을 지폈다. 호남지역 의원들 사이에는 공감하는 기류가 있다.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할 경우 지방선거 필패는 물론 재집권 전략에도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인식에서다. 민주당은 “이미 끝난 이야기”라며 관심 없다는 태도지만 불씨가 꺼지지는 않았다.
보다 큰 관점에서 민주세력 통합론이 나온다. 반(反)한나라당 세력을 모두 규합해 차기 대선에 임하자는 주장이다. 임종석 의원은 “한국정치는 수구기득권 정당, 중도개혁정당, 진보혁신정당의 이념 삼각 체제로 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당은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완수 ▦경제선진화 ▦남북평화체제 구축에 뜻을 함께 하는 세력과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내 일부까지 포함할 수 있는 중도개혁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반보수 민주대연합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에 관계없이 중도개혁 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현실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우위를 잡았다고 판단, 우리당과의 통합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 더욱이 우리당이 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내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제가 우선”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여당 내 논의조차 통일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통합론이 빠르게 구체화 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 민주·국민중심당 "모여라, 중도실용 세력"
우리·한나라당 外 결집… 연대땐 호남·충청 기반 무시 못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의 연대 가능성도 중요 변수다. 두 당은 중도실용주의 세력의 연대를 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당의 연대가 공식화할 경우 호남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무시 못할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제외한 제3세력을 묶어내겠다는 속내다. “중도실용노선의 통합을 외치면서도 우리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선을 긋는 게 단적인 예다. 한화갑 대표가 4일 무소속 정몽준 의원을 만나 입당을 권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중심당 역시 실용노선을 앞세우며 충청권을 중심으로 외연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두 당이 모두 제3세력 결집론을 내세우다 보니 영입과 연대의 대상이 겹친다. 고건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이 대표적인 영입 대상이다. 상호 연대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충남지사가 “일차적인 연대 대상은 민주당”이라고까지 얘기할 정도다. 두 당의 연대와 고 전 총리의 영입 등이 가시화한다면,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당은 지역정당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기반인 호남과 충청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수도권에서 경쟁력있는 인물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고 전 총리의 영입이 불투명해지면, 두 당의 바람이 잦아들 가능성도 있다.
■ 한나라당 "어서와라, 뉴라이트"
黨외연 넓혀야… 박근혜 대표 7일 뉴라이트 행사 참석
한나라당의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다. 정치권 밖의 뉴라이트 세력과 연대를 탐색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방선거를 대비해 신진 인사들의 충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집권을 위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박근혜 대표는 7일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다. 박 대표는 지난달 19일 또 다른 신보수주의 모임인 뉴라이트 네트워크 행사에도 참석했다. 두 번씩이나 뉴라이트 진영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보수세력의 결집을 모색, 낡은 수구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잠재적 제휴 세력을 넓히려는 시도인 셈이다.
박 대표의 측근은 “박 대표는 건전한 외부세력과 손 잡아 당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뜻을 같이하는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두 번의 대선패배가 지지기반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절실한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고건 전 총리와 중부권 신당, 민주당珦?연대도 모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反) 여권 구도를 만들어 차기 대선을 치르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경우도 변수가 많다. 다양한 뉴라이트 세력 중 어느 쪽에 강조점을 찍을지, 수구적 이미지를 주는 내부 세력의 정리가 가능할지 등은 분란을 감수해야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