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태생적으로 공공성을 외면할 수 없다.” “대출금 회수에 쏟는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휴면예금 주인 찾아주는데 써보자.” “당기순이익의 일정비율은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자.”
은행 출자기관인 금융연구원이 이례적으로 은행의 공익성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은 6일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보고서를 통해 “은행이 담당하는 지급결제기능은 경제의 핏줄에 해당하는 공공적 인프라인 만큼 아무리 상업적 이익극대화가 중요하다 해도 은행은 일정부분 공공성을 띨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연구위원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타 금융권에 비해 은행이 빨리 정상화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공적자금 때문”이라며 “국민 세금을 기초로 창출된 사상 최대의 이익을 주주와 임직원이 향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 스탠더드차타드은행 바클레이즈은행 헬리팍스은행 등 굴지의 외국 은행들은 매년 사회공헌과 저소득층 지원내용을 담은 보고서까지 내고 있다.
휴면예금 처리 돈을 받아내는 일(채권추심)에는 그렇게 적극적이면서, 돈을 찾아주는 것(휴면예금 주인찾기)엔 너무 소극적이다. 비용을 공제하더라도 휴면예금 주인을 찾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개별은행 차원에서 어려우면 은행별 휴면예금을 모두 모아 기금으로 조성한 뒤, 저소득층에 대한 마이크로크레디트(무보증 소액신용대출)에 쓰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역재투자법’을 만들어 은행들에게 일정 부분 소수인종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수수료 은행들의 기능과 특성이 서로 유사한 만큼 수수료는 언제나 담합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수료가 외국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비중은 약 20%로, 외국은행(40%)에 비해 낮다. 다만 지금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수수료 수입기반은 넓혀나가되, 기왕의 수수료는 인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기업대출축소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개인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만 집중 취급함으로써 자금중개기능이 떨어지고 있다.
기업대출이 줄고 개인대출이 늘어 양자의 대출비중이 50대 50으로 가는 것은 선진국 은행들에서도 발견되는 보편적 추세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너무 빨리 가계대출 쪽으로 옮겨간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런 포트폴리오 전략에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손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각자 당기순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룰을 정하고 이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과도한 공공성을 요구할 경우 은행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공익성과 상업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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