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휴대용(모바일) 연료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우유팩 1개 분량의 알코올로 하루 종일 노트북PC를 켤 수 있는 성능이다.
기존 충전형 배터리(축전지)를 대체하는 연료 전지는 효율이 높고 환경 친화적 특성을 갖춰 미래형 자동차와 휴대용 정보기술(IT) 기기의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으면서 시장이 연간 3~4배씩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6일 평균 20W, 순간 최대 50W의 전력을 낼 수 있는 노트북PC용 연료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체 크기는 가로 23cm, 세로 8.2㎝, 높이 5.3㎝로 노트북PC용 보조 배터리보다 약간 큰 수준이다.
기존 제품의 약점인 수소발생장치(개질기)를 없애 부피를 크게 줄였다. 아직 시제품 수준이지만, 상용화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2007년부터 연료전지 제품의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SDI 측은 “이번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밀도(효율)를 보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농도 99%의 산업용 알코올(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해, 1ℓ로 시간당 200W의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200Wh/ℓ)을 갖췄다.
회사 관계자는 “에너지밀도가 높으면 적은 연료로 많은 전기를 낼 수 있다”며 “연료전지의 효율 향상은 소형화를 위한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제품은 200㏄의 연료로 소형 노트북PC를 최대 15시간 동안 켤 수 있다.
이번 개발로 삼성SDI는 일본이 선도해 온 모바일 연료전지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일본의 경우 농도 30%의 메탄올로 100~130Wh/ℓ의 전력을 내는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후지쯔는 지난해 초 300㏄의 저농도 메탄올로 평균 15W의 전력을 내는 노트북PC용 연료전지를 개발했으며, 지난 6월에는 99% 농도의 메탄올로 최대 9W의 전력을 내는 휴대폰용 연료전지를 선보였다. 저농도 연료는 안전성이 높지만 소형화에 불리해 최근에는 효율이 높은 고농도 연료가 대세라고 삼성SDI측은 밝혔다.
부품 산업 선진국인 대만도 수년 전부터 모바일 연료전지 기술에 뛰어들어 3월 독일에서 열린 세빗(CeBIT) 박람회에서 고농도 노트북PC용 연료전지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일본의 노무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모바일 연료전지 시장은 2008년 2,500억원에서 2015년까지 2조600억원으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연료전지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에너지원으로도 각광 받고 있어 독일 벤츠와 미국 GM, 일본 도요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등이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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