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시기도 정치일정에 따라 춤추나.”
여권이 담뱃값 인상 시기를 놓고 오락가락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4일 고위당정협의에서 내년 1월부터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표는 이틀을 가지 못했다. 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6일 “경기 여건을 감안, 인상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며 “경기가 본격 회복되는 내년 7월로 연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여권의 갈지(之)자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당정이 당초 지난해 7월 담뱃값을 1,000원 인상키로 했을 때는 두 번에 걸쳐 지난해에 모두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500원만 인상한 뒤 나머지 500원은 올 7월, 이어 올 연말로, 다시 내년초로 연기됐다가 이번엔 내년 7월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세수 부족과 건강보험 적자 등으로 담뱃값을 올려야 하는데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 10월 재보궐 선거 때문에 인상을 미뤘다가 또다시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연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지율이 바닥인 여당의 처지에서 서민의 기호품인 담뱃값을 올리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 하나에 주춤할 정도로 여당의 자신감과 정책적 역량이 미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그 동안 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담뱃값 인상 때문은 아니었다. 지금 여당이 보이는 혼선은 세수부족 보전, 담배소비억제 등 담뱃값 인상의 명분마저 무색하게 한다. 올해는 인상하지 않고 내년 선거 후에 인상한다면, 너무 얄팍한 셈법이 아닐까.
정치부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