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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내 아이는 언제 행복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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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교육칼럼 - 내 아이는 언제 행복을 느낄까?

입력
2005.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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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자상하셔요. 18년 동안 한 번도 화내시는 걸 본 일이 없어서…, 엄마는 센스가 있죠. 이것저것 못하시는 게 없고, 옷도 요란하게 입으시죠(상당히 좋아요). 엄마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서 항상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바쁘시죠. 아빠는 과하게 자상한 게 단점이긴 해요.

엄마한테, 나한테, 동생한테 너무 휘둘리기만 하셔서 안타까워요. . 아빠는 운전을 너무 빨리 하시는 게 흠이고, 엄마는 전화기를 너무 오래 붙들고 계시는 게 단점이죠. 그래도 엄마는 친구 같아요. 부모님은 전적으로 저를 믿으시고 저의 결정을 존중하시죠.”(고3 여학생)

친구 같은 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이 여학생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자녀가 부모에게 실망할 때’라는 주제에 대한 초ㆍ중ㆍ고 2천여 명 학생의 설문 사례를 토대로 교육칼럼을 연재하였다.

자녀의 실망은 주로 ‘부부싸움’, ‘자녀 불신.통제.강요’, ‘형제 편애’, ‘자녀 폭력’, ‘자녀의 요구 무시’ 및 그 밖의 ‘부모의 인격적 결함’과 관련하여 나타났다.

그런데 서두에서 소개한 여학생의 사례처럼 부모에게 실망한 적이 없고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하는 자녀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필자의 사례 연구에서는 약 18%의 학생들이 부모에게 실망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들 내면의 심층을 들여다보면 그 통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은 못 된다.

‘부모에게 실망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가 자기를 때리고 못살게 굴지만 부모에게 실망하면 안 된다”며 자위하는 아이도 있고,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으니까 부모의 단점도 이해할 수 있다”며 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기대한 적 없으니 실망한 적 없다”며 반동 심리를 보인 학생도 있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꺼려지는 탓에 그냥 “없다”라고 말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 실망한 적이 없다’는 말을 ‘부모로 인해 행복하다’는 말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어떤 경우에 행복감을 느낄까?

25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분석해 보면 아이들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첫 손에 꼽는 것은 ‘성공 경험’이다.

상장을 받았을 때, 학급의 대표로 선출되었을 때, 운동경기 대표로 뽑히거나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어떤 일을 잘했다고 부모나 선생님께 칭찬 들었을 때, 성적이 올랐을 때 등이 그것인데, 조사 대상 학생의 18%가 이 같은 성공 경험을 행복한 일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친구와의 교유(交遊)’와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둘 다 약 15%의 비율로 2위를 차지하였다. 남학생들은 ‘친구’, 여학생들은 ‘가족’에 대한 비중이 약간 더 높았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에는 가족 여행, 놀이공원 나들이, 생일 잔치, 가족 외식, 부모와 약수터 다니기 등이 해당된다.

‘취미 활동을 할 때 행복하다’는 학생들은 약 13%였는데, 여학생들은 애완동물 기르기와 음악.미술 활동, 영화.콘서트 관람, 팬클럽 활동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남학생들은 농구, 축구 등 운동에 치중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학교에서의 활동’을 행복한 일로 꼽는 아이들은 여학생이 약 10%, 남학생이 약 5% 정도로서 여학생들이 학교 활동에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학생들은 고등학교 생활에서 기쁘다고 대답한 경우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이는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부모님의 따뜻한 배려’로 행복했다는 아이들의 비율도 여학생이 약 10%, 남학생이 약 5% 정도로 나타났다. ‘잘 자라고 뽀뽀해 주고 이불 덮어줄 때’, ‘아빠가 학원 앞에서 기다려줄 때’, ‘아빠가 등 밀어주었을 때’, ‘엄마가 안아줄 때’, ‘엄마에게 편지 받을 때’, ‘엄마가 손뜨개로 옷을 만들어 주었을 때’ 등 스킨십이 포함된 자상한 배려에 아이들은 특히 행복감을 느낀다.

사회 전체가 부자 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자녀들은 부모가 가난하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않는다. 그 밖의 다른 부분에서 실망하고 상처받는다는 얘기이다. 자

녀의 인성은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성장할 때 바르고 건강하게 형성된다. 그동안 성원과 격려 속에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신규진 서울 경성고 상담전문교사, ‘가난하다고 실망하는 아이는 없다’ 저자, sir90@chollian.net

*‘신규진 교육칼럼’ 연재를 이번 호를 끝으로 마칩니다. 1년여동안 좋은 글을 독자들에게 전해주신 신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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