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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일류기업 R&D로 일군다] (4) SK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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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일류기업 R&D로 일군다] (4) SK 주식회사

입력
2005.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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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SK대덕기술원 정문에 들어섰을 땐 어느 조용한 대학교 캠퍼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곳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고, 국내 최대 석유화학 에너지전문기업인 SK㈜의 연구ㆍ개발(R&D) 심장부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술원 안으로 들어서자 기구와 장비 등으로 꽉 차있는 각종 연구실은 물론 석유화학공장을 마치 미니어처처럼 만들어놓은 실험 설비들도 눈길을 끌었다.

하얀 가운이나 작업복 차림의 450명의 연구 인력들이 연구에 매달려 있는 모습 속에서 SK가 그동안 R&D 분야에서 내놓은 놀랄만한 성과들이 이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라는 점을 실감했다.

SK를 기술 도입회사에서 기술 수출회사도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든 800여건의 핵심 기술특허(특허 등록이나 출원) 대부분이 이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외국 유명기업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찾아오면 빠지지 않고 이곳에 데리고 와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야도 에너지 화학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환경ㆍ정보통신 신소재 등 다양하다. SK가 에너지 화학뿐 아니라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환경, 생명공학 등으로 사업영업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다.

SK대덕기술원장인 박상훈 전무는 “기술원은 4세대 R&D를 실현해 나가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연구ㆍ개발 중심인 기존 R&D 개념을 뛰어넘어 첫 연구 착수 단계부터 신기술 개발을 통해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단계 단계마다 점검하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개념에 따라 SK가 개발한 기술이나 특허는 이미 세계로 수출되며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기술대상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이원기능 촉매를 이용한 BTXㆍLPG 생산 촉매ㆍ공정 기술(APU)’이 대표적이다. 2000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전 세계에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이다.

석유화학 공장의 부산물인 열분해가솔린을 부가가치가 높은 액화석유가스(LPG)와 방향족 화학제품인 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BTX)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기존 BTX 생산공정은 복잡하고 값비싼 용제(용질을 녹여 용액을 만드는 액체) 추출공정을 거쳐야 했지만 APU 기술을 이용하면 별도로 용제추출 공정 없이 BTX 제품을 바로 생산할 수 있다.

2001년 9월 상업가동을 시작해 연간 50억원 이상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으며 7월에는 세계적인 촉매ㆍ공정기술 라이선스 회사인 프랑스 악센스사를 사업 파트너로 선정, 기술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악센스는 전 세계 석유화학공장에 APU기술 공정과 촉매를 판매하고, SK는 기술 판매 로열티는 물론 촉매 공급에 따른 판매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APU 기술 수출로만 연간 2,000만 달러 정도의 로열티 수입이 기대된다는 게 SK측의 설명이다.

자일렌전환촉매기술(ATA)도 SK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원유의 탄소 9개짜리 화합물(C9) 및 방향족 혼합물을 백금 촉매에 반응시켜 기초유화 원료인 자일렌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의 지오리스트에 판매됐다.

인도의 릴라이언스와 대만의 포모사 등 세계 굴지 정유사들이 이 촉매를 쓰고 있다. 이 결과로 SK는 최근 4년간 100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얻었다.

박 원장은 “2010년이면 SK가 개발한 기술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로열티로만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는 고급 윤활기유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차지하며 이미 세계 1위에 등극한 상태.

윤활기유란 윤활유의 90%를 구성하는 주 원료로 SK는 ‘유베이스(YUBASE)’라는 브랜드로 엑슨모빌과 BP 등 30여개국 80개 회사에 수출하고 있다.

신기술 사업에서도 R&D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SK는 요즘 수소 충전소인 ‘수소 스테이션(Hydrogen Station)’ 국산화 기술 개발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2009년 정도면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듯 미래 자동차인 연료전지를 탑재한 차량이 수소스테이션을 찾은 수소를 넣은 장면이 등장할 예정이다.

환경관련 연구에서도 2003년 개발한 ‘질소산화물 제거 촉매’는 발전소나 소각로 등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내 환경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환경오염 방지용 촉매로, 독일의 대표적 발전사인 EnBW사에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공급했다.

91년 개발한 ‘경유차 매연저감장치용 촉매’는 미세먼지의 90%,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의 85% 이상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로 대기오염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충전을 통해 반복 사용이 가능한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인 세퍼레이터(Separatorㆍ격리막)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낸 것도 신소재 분야 R&D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SK의 원천이나 특허 기술 개발은 남다른 투자의 결과다. 매년 사업적 성과가 높은 신기술을 개발한 연구팀을 선정해 실제 이익창출 기여도의 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R&D 투자 비용도 매년 20%이상 늘리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에너지ㆍ화학, 정보통신, 생명과학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R&D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 신약개발도 "OK'

SK㈜가 석유ㆍ화학 외에도 미래 전략사업으로 선정, 남다르게 연구ㆍ개발(R&D)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신약개발 부문이다.

언뜻 보면 에너지 화학 기업이 신약을 개발한다는 게 어색해보일 수 있지만, 신약 개발의 뿌리도 모두 화학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ㆍ화학 사업에서 쌓아 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신약개발 사업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SK는 1993년 미국 뉴저지에 의약개발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신약 개발에 나서 중추신경제 질환 치료제 연구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중추신경계 질환이란 간질이나 우울증, 정신분열증, 불안증 등으로 사회가 고도화할수록 환자가 급증하는 선진국형 질환으로 미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대덕기술원안에 별도의 바이오팜 사업부를 신설하고, 2002년 11월 중국 상하이에 신약개발연구소를 설립, 신약개발을 위한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덕에선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거나, 전임상(동물실험)을 수행하고 미국 뉴저지연구소를 전임상이나 임상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미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책임진다. 상하이연구소는 중국 전통 천연의약 연구를 본격 진행하고 중국 의약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전체 10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 이들 3개 연구소의 협업과 분업의 결과는 SK는 중추신경제 질환 치료제 연구를 집중,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96년에는 우울증 치료제용 물질인 ‘YKP10A’, 98년에는 간질 치료제용 물질인 ‘YKP509’를 개발했다. 99년과 2000년에는 이 두 품목을 세계적 메이저 제약회사인 ‘존슨&존슨’에 기술 판매했으며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03년에는 정신분열증 치료제용 물질인 ‘YKP1358’을 개발,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도중 국내에서도 임상시험 승인을 얻어 올 2월부터 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국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8월에는 중추신경계 질환 전반에 광범위한 치료효과가 있고 특히 불안증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YKP3089’에 대한 FDA 임상시험 승인도 받았다. 독자적으로 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얻은 물질 4개를 보유한 기업은 국내에서는 SK가 유일하다.

바이오팜 최용문 사업부장은 “중추신경계 신약 R&D에서 마케팅까지 완성, 전문 제약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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