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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천년 고도, 부흥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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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천년 고도, 부흥을 꿈꾸다

입력
2005.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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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장관(壯觀)을 꼽으라면 단연코 도시의 야경(夜景)을 꼽고 싶다. 에펠탑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야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울의 야경도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최근 복원된 청계천의 야경은 자연미에 인간의 창조성이 어우러진 또 다른 멋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밝히는 불빛의 40%가 원자력에 의한 것임을 알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과 함께 자력으로 원자로를 설계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한다. 원자력은 핵공학ㆍ물리ㆍ전자ㆍ제어ㆍ전기ㆍ방재ㆍ토목공학 등 수많은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현대 과학기술의 총아로서 종합과학이라고도 일컬어진다.

그러나 우리 원자력 발전의 역사가 30년에 가까워 오고 있지만 그 안전성을 우려하는 국민적 정서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불안은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이 큰 듯하다. 그러나 사건이 불러온 세계적 반향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논의는 별반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원자력에 대한 오해 깊어

이러한 현실에서 지난 9월 ‘체르노빌 포럼’이 최근 3년 동안 조사하여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보고서로 평가 받고 있다. 이 포럼에는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인 벨로루시, 러시아,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기구(FAO), 유엔환경계획(UNEP) 등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총 망라되어 있어 그 신빙성을 더해준다.

보고서는 ‘사고로 인한 생식능력 저하의 증거나 가능성이 없으며,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기형아가 증가하였다는 증거도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던 지역에 거주하던 60만 주민 중 암과 관련한 사망자는 3%에 불과했으며 이 중 4분의 1이 갑상선암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이들 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미국의 유명한 휴양지 덴버보다 적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오히려 사고가 인체나 환경에 미친 물질적 영향보다는 원자력에 대한 공포, 피해의식으로 인한 주민들의 ‘정신적 외상’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체르노빌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먼저 철저한 안전대책 하에서 원자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방사능 누출 방지용 격납용기를 이미 갖추고 있다. 또한 한국표준형원자로 설계기술 개발 및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건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한층 강화한 제4세대 원자로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삼중사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여야 함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다른 한편으로는 체르노빌 포럼 보고서에서도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듯이 원자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피해의식을 극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불필요한 우려와 오해가 없도록 한층 노력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보다 수 백 배 안전한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이 근 20년 동안 표류해 왔던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나친 피해의식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처방이 부족했던 것과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

●세계적 명소로 거듭날 기회

이런 측면에서 2일 주민투표 결과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선정된 것은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경주 시민과 중앙정부, 원자력계가 수 없는 직간접의 의사소통을 통해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일본 아오모리현과 프랑스의 로브 방폐장은 처분장 건설 이후 세계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이다. 선조들이 오늘의 경주를 위해 안배해둔 저 찬란한 유산을 바탕으로 전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라벌의 부흥을 꿈꾸는 것이 한낱 몽상은 아닐 것이다.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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