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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모두 퇴진… 두산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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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모두 퇴진… 두산 어디로

입력
200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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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4일 전격적으로 회장직과 부회장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재계 서열 9위인 두산그룹이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공식 직함만 60개가 넘을 정도로 마당발인데다 정부에 직격탄을 날리며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까지 얻은 박 회장이 취임 4개월 만에 퇴진함에 따라 경영권 공백마저 우려되고 있다.

두산측은 “박 회장은 올해 7월 형인 박용오 전 회장이 형제간 비리를 폭로한 이후 조기 용퇴를 생각했지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맡은 일이 워낙 많아 마음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을 뿐, 검찰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 일선과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추면 아무래도 검찰이 사법처리 수준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산은 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동반 사퇴에 따라 박승직 창업주, 박두병 초대 회장에 이어 그룹을 이끌어온 오너 3세들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그룹 경영권이 어떻게 변화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은 일단 계열사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위원장 유병택 ㈜두산 부회장)를 구성, 경영권 공백을 최소화 하는 한편 선진적인 지배체제 개선 방안 등 그룹 현안을 논의하고 차후 세부적인 그룹 경영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두산이 당분간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6명인 두산의 3세 경영인 가운데 그룹 회장직을 맡을 인물을 찾기 힘든데다 시민단체 등이 “전 근대적인 가족경영 체제를 바꾸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도 이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진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과거의 낡은 관행과 철저히 단절하고, 보다 투명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두산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 전원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는 혁신적인 지배구조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두산은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4세 경영인으로의 경영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은 장자 우선의 원칙이 적용돼온 그룹”이라며 “고 박두병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그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 부회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자금 사태와 무관한데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산업개발의 경영을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상의도 당혹감 속에 내년 3월까지인 박 회장의 잔여 임기를 대신 수행할 후임자를 이른 시일내에 선임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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