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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랜드연구소의 기업경영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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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랜드연구소의 기업경영 리포트

입력
200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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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은 흔히 전쟁에 비유된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일당 백의 전사들로 구성된 견고한 조직과 이를 신출귀몰하게 부릴 수 있는 제갈량 같은 꾀.

그리고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란 복병의 낌새를 알아 차릴 수 있는 예민한 정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경영자들이 일본의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망’이나 ‘삼국지’를 탐독한다.

이런 점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 공군의 훈령에 따라 대륙간 핵전쟁에 관한 전략 연구를 위해 창설된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오늘날 기업들을 위한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싱크 탱크의 원조로 1,000여명의 연구원이 ‘미사일에서 뇌졸증까지’라는 평판처럼 온갖 주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는 랜드연구소는 전쟁 분석을 통해 얻어진 통찰력을 기업 경영의 노하우로 발전시키고 있다.

뉴욕대 와그너행정대학원 교수이자 미국 민주당의 싱크 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공공서비스센터 창립이사인 저자는 10년간 랜드연구소가 이룩한 경영학적 성과를 집약함으로써 고성장 기업의 일관된 원리를 찾아내려 시도했다.

이를 위해 100명에 달하는 랜드 연구소 연구원들과의 인터뷰와 휴렛팩커드의 환경 관리부터 알카에다 조직 연구까지 수 백 편에 달하는 보고서를 분석한 저자는 네 가지 실패 요인과 네 가지 성공 필수 조건을 발견했다.

생명 공학과 소재, 정보의 혁명과 국제 상거래의 혁명, 테러리즘의 변화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무지와 경직성, 무관심과 비일관성은 기업이 대처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바이러스다. 미국의 거대기업 듀퐁은 1990년대 이중 경직성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돼 급급한 관료주의의 산실로 전락했다.

그러나 인력의 3분의 1을 감원하고 생산 공정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창조와 혁신 센터’를 설치하면서 무섭게 달라졌다. 조직은 변화를 감지하는 후각을 되찾았고 끊임없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유연성도 회복했다.

듀퐁 사례에서 보듯 기업을 망가트리는 네 가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비결은 불확실한 요인들에 대한 경계심을 잃지 않고, 민첩성 및 적응성을 최대치로 유지하며, 조직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요소들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처방을 적절히 활용했을 때 비로소 견고한 기업이 탄생한다.

저자는 랜드연구소 연구원들의 입을 빌어 ‘견고한 기업’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과거를 변호하기 보다는 미래를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번갯불처럼 빠르게 진화하면서도 재난이라 할 만한 충격도 없다. 정말로 탄력적인 기업은 흥분 속에서 살지만 외상을 입지 않는다.”

굳이 1970년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사라졌다는 예를 들지 않더라도, IMF라는 격랑 속에서 대우 그룹을 포함해 숱한 대기업이 멸망해간 과정을 목도한 우리에게, ‘견고한 기업’이란 말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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