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민간 전문기관에 재조사를 의뢰, 결과에 따라 식약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기로 하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성식품 관계자는 4일 “대기업과 똑같이 계약재배를 맡긴 농가에서 생산된 배추로 같은 공정을 거쳐 김치를 만들었는데, 일부 중소기업의 김치에서만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믿을 만한 전문기관에 김치의 기생충 관련 정밀검사를 의뢰키로 하고 현재 전문기관을 물색하고 있다”며 “우리 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의 김치도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식약청에 법적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에 있는 내고향김치 영농조합법인의 기영호(57) 사장은 “식약청의 한탕주의 때문에 업체들만 죽어가고 있다”며“농림부와 식약청의 기준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흥분했다. 이 회사를 포함, 식약청이 발표한 명단에 포함된 4, 5개 업체는 한성식품과 보조를 맞춰 나갈 방침이다.
사후 조치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 113곳을 회원사로둔한국 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 김형수 이사장은 “앞으로 기생충 검사를 강화한다는데, 검사기관이 식약청 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의문”이라며“이는 지방 중소 업체는 아예 김치를 만들지 말라는 말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국내 식품산업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포장김치 업계의 선두주자인 ‘종가집 김치’를 제조하는 두산식품BG 전 풍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배추 계약재배 농가를 대상으로‘원재료 생산이력관리(Traceability)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시스템은 토양상태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 기준을 설정해 그에 따라 관리, 감독하는 것이다. 전 사장은 “이번 사태를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 김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종가집 김치의 위생과 품질 관리 노하우를 영세업체에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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