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역사교과서가 큰 파문을 낳고, 한편으로 의미 있는 결실을 본 좀 특별한 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일본 극우파의 후소샤(扶桑社)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뒤 4년 전보다 좀더 나은 채택률을 기록한 것은 한ㆍ일 두 나라 시민운동가와 학자들의 노력이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의 우경화 경향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런 역사왜곡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학자와 교사들의 공동의 역사책을 쓰려는 노력 역시 줄을 이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3년여 토론과 집필 끝에 ‘미래를 여는 역사’를 출간했고, 한국의 전교조와 일본 교직원조합 교사들이 함께 ‘조선통신사’를 썼다.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의 여성학자들이 여성의 시선으로 두 나라 근현대사를 서술한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를 냈다.
이 책은 메이지(明治) 근대화를 전후한 시기부터 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여성국제전범법정의 최근 상황까지 100여 년 동안 두 나라의 역사를 담았다. 서술의 본령은 근현대사 일반이지만 그 시기 동안의 여성 문제를 다른 역사책들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다룬 점이 눈에 띈다.
근대화의 흐름을 자각하고 여성이 적극 사회활동을 벌이기 시작하는 1920, 30년대 한ㆍ일 두 나라의 여성 민중운동, 태평양 전쟁 발발 이후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실상, 미군 점령 이후 기지촌 문제, 냉전 체제 하의 여성운동 등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었다. ‘미래를 여는 역사’처럼 본문과 보충 설명을 묶어 전체 7장 내용의 틀을 잡았고 관련 사진이나 그림을 충분히 활용해 이해를 도왔다.
모두 67명의 필자들이 참여한 이 작업에서 한국 집필자는 각 장의 책임자가 그 장의 내용을 전담해 서술한 데 비해, 일본 쪽은 장 아래 절 또는 소제목마다 필자가 달라 수준이나 관점을 고르느라 애썼다고 한다.
한국쪽 집필 책임자는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일본은 천황제를 비판하며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일본의 여성운동을 연구해온 스즈키 유코(鈴木裕子)가 맡았다. 일본에서도 ‘젠더 시점으로 본 일한 근현대사’라는 이름으로 동시에 나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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