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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對日외교 단호하고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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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對日외교 단호하고 차분하게

입력
200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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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국민 대다수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3차 내각에 대해서도 개혁성과 실무 전문성을 들어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내각의 문제는 역사 인식 문제로 주변국에 물의를 일으켜 온 인물들이 외교 정책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온건파로 알려진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은 이번 내각에서 제외됐다.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신조 관방장관, 아소 다로 외무성장관이 앞으로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매파 각료들은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책을 맡게 된 이상 당분간 주변국을 의식한 신중한 언행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자칫 이들이 이제까지의 자세를 그대로 밀고 나간다면 내각의 핵심 포스트 모두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짐은 신임 외무장관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고이즈미와 같은 행동을 취하겠다는 뉘앙스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일본 강성 내각과 마찰 우려

이렇듯 일본의 정계와 사회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상황은 우리 외교 당국에 하나의 시련이 되고 있으며 그만큼 지혜롭고 신중하게 대일 외교를 이끌어가야 하는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풀기 어려운 과제가 닥쳤을 때 가장 현명한 자세는 기본을 지키며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다. 외교의 기본 목표가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외교적 대응에서 성실함이란 전문성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과 다양한 채널 구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외교 당국에 다음 네 가지를 요구하고 싶다.

첫째, 절제된 언어와 함께 조용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큰 소리를 내어 성토하는 일은 언론을 비롯해 민간단체나 지식인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외교 당국은 이러한 분위기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면서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여 아시아 국가들과의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겠다”는 약속을 적절한 언행을 통해 확인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일본과의 적극적인 외교 교섭이 중요하다.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앞으로 필수적인 외교 교섭은 해나가되, 선택적인 외교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하는 지침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선택적으로 교섭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익을 위한 교섭이라면 그것은 ‘선택적’이 될 수가 없다. 만나서 껄끄러운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교섭 기회를 확대해 가야 한다.

셋째, 한일 관계에 비중 있는 인사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양국의 정치권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외교 관계가 제도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일 관계에는 양국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시켜온 원로들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또한 일본 국민에게 역사 인식을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호감이 갈 수 있는 인물들이 움직여야 한다. 외교 당국은 이들이 활동하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원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 교섭으로 국익 지켜야

넷째, 실무 차원에서 역사 인식 외교를 위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대응이 되기 위해서는 언어와 전달 형식에서 세련함을 유지해야 하며 이는 상대방에 대한 부단한 연구와 전략 개발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역사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우리 국민의 격앙되기 쉬운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방책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최영호 영산대 일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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