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세계사’로 불리는 13, 14세기 몽골제국기의 역사서 ‘집사(集史)’ 제3권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김호동(51)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터키 이스탄불 톱카프 도서관에 소장된 페르시아어 사본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2002년 낸 ‘부족지’, 그 이듬 해 나온 ‘칭기스칸기’에 이어지는 책이다.
원래 ‘집사’는 ‘몽골 제국의 흥기’ ‘세계 각 민족들의 역사’ ‘세계 각 지역의 경역ㆍ도로ㆍ하천’ 등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번역으로 몽골제국사라고 할 수 있는 제1부 ‘몽골 제국의 흥기’가 완간된 셈이다.
번역 초기부터 거듭 평가되었던 것처럼 ‘집사’의 우리말 번역은 국내 학술 번역사에 기록할만한 작업이다.
전성기 몽골의 역사를 집대성한 책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원본이 난해하고 또 분량이 방대해 지금까지 번역본은 러시아, 영어본이 고작이다. 몽골사 연구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에서도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고 중국에서는 러시아 번역본을 옮겨 출간한 형편이다.
김 교수는 저본을 포함해 우즈베키스탄 동방사본부, 이란 국민의회도서관,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등 모두 6종의 사본을 대조ㆍ검토해서 번역을 진행하면서, 몽골 제국 당시의 다른 역사서, ‘집사’와 몽골 제국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들까지 주석에 반영했다.
‘칸의 후예들’은 칭기즈칸의 후계자인 우구데이(보통 ‘오고타이’로 알고 있다)에서부터 시작해 구육, 뭉케, 쿠빌라이, 티무르에 이르는 5명의 대(大)칸과, 3남인 우구데이 말고 칭기즈칸의 다른 세 아들 주치, 차가타이, 톨루이 등 제왕 3명에 대한 기록이다.
인물마다 각각의 ‘기(紀)’로 나누어 ▦주인공의 자식과 후비(后妃)들의 소개와 계보 ▦통치기간에 일어난 사건들의 연대기적 서술 ▦기타 일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으로 ‘집사’ 번역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제2, 3부 가운데 현존하는 2부의 제2권 ‘아담 이후 사도와 칼리프들의 역사 및 지구상 각 종족들의 역사’ 등은 추가로 번역낼 계획이다. 제1부가 몽골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역사라면, 2부는 주로 서아시아사에 해당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