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뉴욕시장, 뉴저지 주지사, 버지니아 주지사 등을 뽑는 미국 지방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핵심 선거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만화와 TV동영상 등 선거광고에는 부시 대통령이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민주당측은 어떻게 든 상대 후보를 부시와 얽어 매는 게 막판 선거 전략이다. 반면 공화당측은 ‘사실은 대통령과 별로 친하지 않다’고 방어선을 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내년 11월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 정치판의 ‘부시 왕따’ 는 갈수록 심해지리란 전망이다.
최근 뉴욕 최대 발행부수를 갖는 대중지 뉴욕포스트 1면에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을 한 묶음으로 엮어 조롱하는 만화 광고가 등장했다.
내용은 이렇다. “부시와 블룸버그가 한 마리의 말을 함께 타고 가는데,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확실한 게 한가지 있어요. 나는 죽을 때가지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그러자 부시가 블룸버그의 뺨에 키스를 퍼붓는다.”
민주당 후보인 페르난도 페레어는 방송과 인터넷 동영상에도 같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부시 대통령의 충성스러운 동지란 게 메시지다. 사실 뉴욕시장 선거는 블룸버그의 압승이 예상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표밭을 휘젓고 다녀도 루돌프 줄리아니 이래 다져진 공화당의 아성을 깨지 못했다.
이번에는 부시를 모티브로 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효험을 거두고 있다. 아직 우위는 지키고 있지만, 블룸버그 후보는 “만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짜(real issue)를 논의해야 한다”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지경이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는 ‘부시 광고’의 위력이 더 크다. 조 코자인 민주당 후보는 더글러스 포레스터 공화당 후보와 부시 대통령을 함께 비난하는 TV 광고를 내보내 둘이 친하다는 것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러자 막판에 판세가 역전됐다. 이 선거 역시 지난해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가 스캔들로 도중하차해 공화당이 우세했다. 뉴저지주는 공화당이 취약한 북동부지역을 공략할 전초기지로 삼아 많은 공을 들인 곳이기 때문에 선거패배는 부시 정부의 큰 타격이다.
버지니아주 역시 7월까지만 해도 제리 킬고어 공화당 후보가 팀 케인 민주당 후보에 두자리 수 대 격차의 안정적 우세를 점했지만, 부시 지지율 추락과 함께 지금은 오차범위 안이지만 끌려가는 상황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킬고어 후보는 지난달 28일 부시 대통령이 버지니아 노포크에서 한 연설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킬고어 후보는 지난해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의 버지니아 선거운동 책임을 맡았던 오랜 동지였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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