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동맹.’ 한미동맹의 미래상을 모색하기 위해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합동 세미나의 주제다.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 있었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된 시점이어서 행사의 의미는 충분해 보였다. 기조연설자가 한국 지식인의 친미적 태도를 거침없이 비판했던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어서 정치적 긴장감도 기대됐다.
그러나 세미나는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뒤 연설 및 토론에 나서기로 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오지 않았기 대문이다. 그는 “동북아 균형자론과 한미관계는 양립할 수 없다” “동맹을 바꾸려면 언제든지 말하라”는 등의 강성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때문에 한미동맹의 미래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기에는 ‘얘기가 되는’ 인물이었다. 오찬 직전에야 그의 불참을 알게 된 한 참석자는 인쇄된 안내서에 버젓이 올라 있는 그의 이름을 가리키면서 여러 차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가 전해온 불참 사유는 ‘제5차 북핵 6자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똑 같은 변명은 전날에도 있었다. 우리측 참석자 가운데 유일한 고위당국자인 조 수석은 미국측 참석자들을 위해 저녁 행사를 마련했다. 그러나 초청을 받은 6자 회담 미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도 ‘회담준비’를 이유로 불참했다.
핑계 이면에 이들이 참석을 기피했던 실제 이유는 분명치가 않다. 우리측 세미나 토론자들이 이른바 ‘자주파’로 보였던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자체가 편치 않은 한미관계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어서 이 행사에 나름대로 공을 들였다는 조 수석은 머쓱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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