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외롭고 힘들어도… 내겐 친구가 있잖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외롭고 힘들어도… 내겐 친구가 있잖아

입력
2005.11.04 00:00
0 0

"안내죠? 저어…. 뭐 좀 여쭈어 보려고 그러는데요. 저어 죄송하지만…."

추운 아침, 마르탱은 결국 말을 마치지 못하고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전날 저녁,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처음부터 없었다. 있을 수도 있지만 엄마가 말해준 적이 없으니 알지 못한다.

열두 살 소년은 누구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사회복지시설에는 가기 싫다는 것, 한 가지 뿐이다. 그러나 마르탱에게는 악동 소년의 변화를 이상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있다.

아이들 특유의 솔직함과 행동으로 친구들은 마르탱의 고민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들만의 모의가 시작된다. 친구를 고아원에 보내지 않으려면 절대로 비밀이 밖으로, 특히 어른들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

장지를 물색하고, 관을 마련하고, 장사를 지내려고 하니 점점 더 많은 손길과 마음 씀씀이가 필요해진다. 한 명, 두 명, 새로운 아이들이 합류하면서 평소에는 잘난 척만 하거나 선생님께 아부하는, 그야말로 성향이 다른 아이들의 뜻밖의 능력과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는 행복도 누린다. 그들이 49일 동안 마르탱을 어른들로부터 보호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과 이성에 대한 사랑도 느낀다.

이 책을 읽다보니 2년 전에 보도되었던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여섯 달간 살았다는 열다섯 살 소년 ‘송군’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당시 보도를 보면 송군도 “처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연락할 사람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것에 겁이 났어요.”라고 말했다.

일은 어른들의 개입으로 해결된다. 친구들의 철통같은 보호에도 불구하고 마르탱의 선생님과 주변 어른들은 아이들을 관찰하며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간다. 송군의 경우에도 선생님의 방문으로 실상이 드러났다.

그러나 마르탱이 49일 동안 혼자 지낸 후 친구의 도움이 있어도 계속 혼자 지낼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송군은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것이 나았다”고 대답했다.

그 세세한 내막을 어찌 다 알 수 있으랴만 나의 관심은 현실의 사건에 친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에 쏠린다. 친구와의 관계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며 부모를 훼방꾼인양 멀리하면서도 마음 털어놓을 친구는 없다는 아이들, 학기 초부터 계속되는 결석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는 대학생들. 모두가 적절한 무관심으로 산뜻하게 무장한 요즘, 문득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넓은 오지랖이 그립다.

1년 후의 추적보도를 찾아보니 송군은 어느 종교인의 집에서 가족과 친구라는 존재를 알아가며 입시공부에 열중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어있다고 한다. 마르탱은? 결국 고아원에 갔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토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책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