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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설로 그린, 화가들의 삶·예술·사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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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설로 그린, 화가들의 삶·예술·사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입력
200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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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권지예씨가 새 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를 냈다. 열정과 광기의 화가 10명-고흐, 로트레크, 피카소, 모딜리아니, 클림트, 에드워드 호퍼, 샤갈, 에곤 실레, 발튀스, 프리다 칼로-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양한 문체와 형식으로 재구(再構)한, ‘그림 소설’이다.

10편의 작품은, 화가들의 작품 사진과 그 작품들의 다양한 터치 및 색감에 조응하듯 변주하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익히 알려진 화가들의 내밀한 모습을 새롭게 제시한다.

화자들도 다양하다. 3인칭 작가시점으로 쓰여진 글(‘고흐’)이 있고, 그림 속 모델이 이야기하는 작품(‘로트레크’)도 있다. 생애의 여인들이 담소하며 화가의 작품과 삶을 전하는 형식(‘피카소’)도 있고, 숨진 아내의 영혼의 독백(‘모딜리아니’)으로 구성된 작품도 있다.

관능의 화가 ‘클림트’는 작품 ‘다나에’(황금빗물로 변신한 제우스와 교접해 페르세우스를 낳은 여인)의 모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순결하고 아름다운 처녀가 마치 아름다운 꽃이 빗물을 빨아들여 싱싱해지듯 천상의 쾌락을 느끼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싶은 거야. 그 고요한 엑스터시를 표현하고 싶어.

시간도 죽여버릴 수 있는 강렬하지만 달콤한 잠처럼, 또는 죽음의 유혹이 느껴질 만큼 치명적으로 달디단 여체의 관능을 표현하고 싶어.”(124쪽)

그림에 대한 작가의 감상을 읽는 재미도 은근하다. ‘클림트’의 작품 ‘햇빛 속의 여인’(그림)을 두고 화자인 한 이웃이 전하는 느낌이다. “아마도 그녀는 견고한 침묵 속에서 고독과 쓸쓸함을 가슴 속에 진주처럼 키우면서, 햇빛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며 고독을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너무도 쓸쓸해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오히려 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게 아닐까요?”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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